[이기자의 산업풍향계] 'HBM' 두고 엇갈리는 전망··· 가격 향방 촉각

  • 구글·메타 등 빅테크 투자 발표 잇따라

  • AI 데이터센터 붐, HBM 수요 이어질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호황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공급 과잉'이라는 우려와 '지속 성장'을 예견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과도한 공급으로 HBM 가격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관심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상반된 시장 전망으로 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HBM 시장 진입으로 내년 HBM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HBM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현재로서는 HBM 호황을 예견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르면 2031년 전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시장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HBM을 탑재한 중국용 AI 반도체 판매 재개 논의, 엔비디아를 제외한 HBM 수요 비중이 올해 34%에서 내년 4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객사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HBM 공급업체들에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를 근거로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기존 HBM3E 판매를 비롯해 차세대 HBM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HBM 전체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 담당 부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HBM 시장이 2030년까지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평균 30%씩 고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AI 인프라 케파(생산능력)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전하면서 HBM 공급과잉 우려를 불식시켰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클라우드 및 AI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 신호, 상당한 계약 잔고를 바탕으로 자본지출과 운영 비용 모두 향후 확장 기회에 대비해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 역시 "AI 개발 및 사업 운영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내년에도 자본지출이 유사하게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이하 마이크론)가 4분기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점도 주목된다. 매출 전망치는 기존 104억~110억달러에서 111억~113억달러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기존 2.35~2.65달러에서 2.78~2.92달러로 각각 올려 잡았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가격 추세가 견조하며 가격 인상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6월 미국 내 투자를 300억 달러(약 42조원) 늘려 총 2000억 달러(약 278조원)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요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AI 칩에 들어가는 HBM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투자 확대에 따른 내년에도 호황기는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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