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보자 내일의 나를/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질문들 속에/또다시 피어나는 새로운 고민들 속에 나의 비밀이 있어/오직 하나뿐인 나/나의 질문들 속에 내가 있어/그 누구라도 내가 될 순 없어/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아.
지난 7일 찾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는 외모도, 개성도, 키도 제각각인 아이들이 '꿈의 페스티벌' 공식 주제가인 '나의 내일을' 케이팝 버전에 맞춰 신나게 춤췄다. 공주·천안·전주·김해·울주·칠곡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꿈의 무용단' 아이들 100여 명은 손뼉을 마주 치고 원을 그리듯 빙그르르 돌았다. 아이들의 몸짓과 미소가 반짝였다.
참여 아이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동·청소년 단원과 관계자 1000여 명이 한데 어울리는 이름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나이도, 사회 배경도 의미 없었다. 객석에 있던 아이들이 무대로 뛰어올라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한 뒤 다시 자리로 돌아가 다른 친구들의 무대를 응원했다. 무대와 객석,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진 밤이었다.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응원봉을 손에 쥐고 무대에 선 친구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무대 위에서는 온 힘을 다해 춤추고 노래했고, 무대를 내려와서는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파란색,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 등 형형색색 응원봉이 무지개를 그리며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응원봉이 그린 무지개…경계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꿈의 페스티벌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장르 간 경계를 넘는 합동공연을 펼쳤다. 꿈의 오케스트라와 무용단이 합동해 꾸민 꿈의 페스티벌 공식 주제가 케이팝 무대를 비롯해 합동 피날레 무대, 오페라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인터메조(Cavalleria Rusticana – Intermezzo)' 합동 무대, 해외 청소년 합창단의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 꿈의 극단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의 극단'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꿈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춤추는 아이들 얼굴에는 순수한 즐거움이 가득하면서도 진지했다. 한 아이가 춤을 추다가 풍선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괜찮아"를 외치며 오히려 박수를 보냈다.

꿈의 예술단은 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해 무용, 연극, 시각예술 영역으로까지 확대했다. 거점 기관은 107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43개가 국고 지원 없이 자립으로 운영될 정도로 발전한 대한민국 고유의 예술 교육 모델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시작한 꿈의 페스티벌은 예술단 단원들이 모두 모여서 예술로 교류하고 직접 공연 무대를 만드는 합동 캠프다. 예술 활동을 통해 몰입을 통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올해는 작곡가 최우정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가 총감독을 맡고 성악가 사무엘 윤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와 안무가 김보라 아트프로젝트보라 예술감독이 공동 감독으로 참여해 단원들의 예술적 몰입과 수준 높은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호흡이 함께…꿈이 예술로
이날 무대에 오른 고등학교 1학년 박세은양은 문화소외지역에 거주한다. 그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한다. 13세 때 엄마의 권유로 시작한 연주는 이제 박양의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 박양은 환한 미소로 자신감을 말했다.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제 장점은 클라리넷이에요. 어디서든 악기를 다룰 수 있다고 자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또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나이대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어요.”이날 무대에 참여한 아이들은 “민망하기도 했지만 다 같이 하니까 재미있다” “저를 믿고 즐기고 싶다” “다른 지역 친구들과 행복하게 연주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꿈의 페스티벌 공식 주제가 ‘나의 내일을’ 가사는 예술단 아이들이 꿈을 이룬 경험 등에 대해 쓴 글을 기반으로 했다.
‘나의 내일을’을 작곡·작사한 최우정 총감독은 “예술이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약 25년 됐어요. 지금처럼 단기적 목표로 아이들을 교육하면 나라의 장래가 어두울 것으로 생각해요. 예술이란 전문가를 키우는 것을 떠나서 예술이 예술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술이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느끼고 깨닫고 경험토록 하는 게 중요해요. 이렇게 할 때 개인 한 명 한 명이 장차 사회를 바꿔 가는 힘을 갖게 될 거예요.”
사무엘 윤 공동감독은 ‘다 같이 어울리는 무대’의 중요성을 말했다. “꿈의 페스티벌은 관객이 없어요. 아이들 스스로가 무대를 경험하는 시간이죠. 예술 장르를 불문하고 한 무대에서 다 같이 어울리는 무대예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문화를 향유하고 공유하면서 이를 삶의 당연한 것으로 여기길 바라요. 그 첫 발걸음이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이번 페스티벌에는 말레이시아, 일본, 태국 청소년 합창단이 특별 초청됐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합창단(Aspiration International School), 일본 엘 시스테마 재팬(El Sistema Japan) 소속 3개 합창단, 태국 어린이 합창단(Thailand Children’s Choir) 등 해외 청소년과 예술교육가 약 60명이 꿈의 예술단 단원들과 2박 3일간 페스티벌에 참여해 창작활동 등을 함께했다. 해외 청소년들은 사전에 한국어로 2025 꿈의 페스티벌 공식 주제가를 연습한 뒤 꿈의 오케스트라·무용단 단원들과 페스티벌 합동 공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우정 총감독은 "예술의 힘은 '무엇보다 자기를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 "예술을 통해서 주변 환경, 주변 관계 속에서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죠. 자기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사람의 호흡과 다른 사람의 몸과 같이 있을 때 자기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체험을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해요.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20년 후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늦지 않았다'는 느낌을 갖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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