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계 "'케데헌'는 뼈 아픈 질문"… "그 이상의 메가 히트작 만들 것"

  • 22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서 간담회 진행

  • "케데헌 생각하면 가슴아파"…"국내서 만들면 좋았을 것, 아쉽"

  • "AI 등 R&D 투자통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으로 그 이상의 메가 히트작 만들 것"

22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내 OTT·FAST 산업의 AI 혁신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려 민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최연재 기자
22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내 OTT·FAST 산업의 AI 혁신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려 민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최연재 기자



세계 시장에서 K팝과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 콘텐츠 산업은 뼈아픈 질문을 직면했다. 글로벌에서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K팝 데몬헌터스'가 한국이 아닌 글로벌 자본 주도로 만들어져 흥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업계는 AI 기술 접목과 데이터 활용과 같은 연구개발(R&D)과 함께 투자 확대를 통해 콘텐츠 선순환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인공지능(AI) 기술 지원과 관세 대응, 통합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출범과 함께 국내 스트리밍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이 나왔다.

국내 유일 스트리밍 산업 특화 국제행사인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부산시 주최로 22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식 직후 이어진 민·관 간담회에는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삼성전자, LG전자, CJ ENM 등 국내 OTT, 광고형 무료 TV(FAST), AI 미디어 기업 대표 및 K-미디어·콘텐츠 전략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 대표 등이 자리해 K-콘텐츠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K-콘텐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AI 기술 접목이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 'K팝 데몬헌터스'와 같은 글로벌 화제작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토종 콘텐츠가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와 지속적인 투자,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라고 업계는 말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이 김정한 CJ ENM 부사장에게 "'케데헌' 우리가 제작할 수 없었나"라고 묻자, 김 부사장은 "우리도 제일 가슴 아픈 부분이다"라며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다 보면 선순환 구조를 통해 ‘제 2의 케데헌’ 혹은 그 이상의 메가 히트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확언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도 "케데헌은 언급되면 뼈 아픈 부분이다"라며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우리 플랫폼에 올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AI, FAST 업체들이 우리 지식재산(IP)을 가지고 글로벌로 나가는 방향으로 문화 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사명감으로 우리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는 국내 OTT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로컬 법인 설립과 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드라마 한 편당 1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소요되는데, 출시 직후 불법 사이트에 복제본이 퍼진다”며 “과기부가 차단 시간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였지만, 사실상 ‘즉시 차단’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장호 웨이브 대표는 “해외 글로벌 OTT와 경쟁하려면 콘텐츠 유통에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며 “주요 지역에 현지 법인을 세우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고,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가입자가 많이 빠지고 있고, 특히 9월에 SBS가 빠지는 등 어려움이 크다”며 “티빙과 통합을 진행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활용으로 가입자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라 더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의 자구책과 함께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병하 LG전자 MS본부 전무는 “북미 FAST 서비스가 미·중 관세 여파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광고 시장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이럴수록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 소비자와 연결하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수 삼성전자 비주얼 디스플레이 사업 부사장은 “FAST 시청 시간이 늘고 있지만 기대보다 더딘 성장이 문제”라면서도 “남미 등지에서 한국 콘텐츠 팬덤이 의외로 폭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은 “AI TV, 메타데이터 추천, 화질 업스케일링을 통해 오래된 콘텐츠까지 되살려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비용 감소 등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글로벌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리딩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손보거나 제작 단계에서 많은 제작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제작 품질을 높이는 데 A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접목한 더빙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더빙 콘텐츠를 많이 보지 않는 한국과 달리 글로벌 시청자들은 더빙을 선호하며, 더빙을 통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비용의 30%를 현지화 비용에 투자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 회사는 원클릭으로 타깃 언어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더빙하는 AI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어린이 교육 영상과 게임 영상 분야에서 특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효걸 도스트11 대표는 “기존에는 3~4개월 걸리던 16개 시리즈 영화 더빙을 AI 기술을 활용해 3개월 내에 방송 수준으로 제작하고 있다”며 “AI 더빙은 고퀄리티 콘텐츠 제작에 있어 마중물 역할을 하며, 앞으로 제작 전 과정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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