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구성 변경 방식 놓고 금투업계-노동부 이견…"개선 시급"

  • 펀드 일괄매도 변경때 가격요동

  • 타 창구서 산 펀드 투자자 몰라

  • 투자자 손실 해소 방안 찾아야

자료고용노동부
[자료=고용노동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 변경 방식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와 정부가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고용노동부는 미온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증권사 등 디폴트옵션 판매사를 대상으로 구성상품 변경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디폴트옵션 상품 변경은 판매사가 원할 경우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고용노동부 심사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판매사가 TDF(생애주기펀드), BF(자산배분펀드)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해 만든 일종의 투자 포트폴리오다. 가입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자동으로 운용,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판매사들은 시장 대응을 강화하거나 보다 디폴트옵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 변경을 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디폴트옵션 구성 상품을 변경할 경우 판매사가 기존에 디폴트옵션에 담겨 있었던 펀드를 일괄 매도하고 바뀐 펀드를 매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펀드의 시장가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 지난 2023년 7월 12일 정식 시행된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2023년 말 기준 12조552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40조670억원으로 1년 동안 219% 증가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금까지 상품 변경 건 중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품 변경이 승인된 23건 중 아직 진행되지 않은 건과 원리금보장상품·투자비율 변경 건을 제외한 5건 중 3건은 가입자가 없었던 상품이고 2건은 가입자의 손실이 없는 경우 변경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품 변경 심사에서 정량적인 기준 뿐 아니라 정성적인 기준까지 살펴보며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고 판매사들 역시 상품 변경 승인이 이뤄지고 나서도 기존 가입자들이 손실 구간을 벗어났을 때 실제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이 아닌 다른 창구로 펀드를 보유하는 투자자의 경우 상품 변경으로 인한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A디폴트옵션에 담긴 B펀드를 C펀드로 바꾸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A디폴트옵션 가입자에게는 상품 변경 사실이 미리 고지되고 디폴트옵션을 탈퇴하거나 변경해 대응할 수 있다. 

반면 디폴트옵션이 아닌 일반 연금저축펀드 판매 방식인 P클래스를 통해 B펀드를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에는 B펀드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디폴트옵션의 상품 변경 사실을 미리 알 수도 없고 B펀드를 계속 보유하면서 가격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다. 

금융당국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의 상품을 변경하더라도 기존 가입자들의 디폴트옵션 구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상품 변경 전 A디폴트옵션 가입자는 B펀드가 담긴 A디폴트옵션을, 상품 변경 후 A디폴트옵션 가입자는 C펀드가 담긴 A디폴트옵션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 또한 아쉬운 부분이 남아 있다. 디폴트옵션의 취지가 퇴직연금 운용을 쉽게 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제도인데 판매사의 리밸런싱(상품 변경)이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취지와 상충된 면이 있다.

법적인 부분도 걸림돌이다. 법적으로 디폴트옵션의 구성 상품은 최대 3개로 정해져 있다. 디폴트옵션의 상품을 변경하더라도 기존 상품을 계속해서 보유한다면 구성 상품 개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늦기 전에 의견을 모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자금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고 판매사들의 상품 변경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제도적인 보완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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