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함께 '기업 옥죄기'라는 평가를 받는 2차 상법개정안이 25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표결로 중단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182명 중 찬성 180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경제 내란법'이라고 반발하며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인에서 2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3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추가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받은 의결권을 1명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소액주주 의사가 기업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기업이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지고 이사회에 상정된 기업 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함께 제기된다.
민주당이 2차 상법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면서 경제계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개정안으로 국내 상장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당할 가능성이 커진 점이다. 일례로 지난 2018년 현대차 경영권을 위협한 미국 투기펀드 엘리엇은 이사회 진입을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가 부결된 바 있다.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인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서 마찬가지로 1주 1의결권을 완화하는 경영권 방어장치인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을 함께 도입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 8단체도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이사회에 사모펀드 등 단기수익 실현이 주목적인 인사가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의사결정 지연과 함께 이사회가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이익에 치중한 의사결정은 결국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고배당 확대 등을 초래해 국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가 경제 전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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