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텔과 같은 지분 매입 기업을 늘릴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지만 인텔은 미국 정부의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제기한 가운데 미국 재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인텔(지분 취득)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것의 가치는 약 110억 달러(약 15조원)에 이른다”며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그런 거래(정부의 인텔 지분 취득)를 하루 종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또 미국과 그렇게 수익성 있는 거래를 맺는 기업들을 도울 것이다. 그들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는 게 정말 좋다. 이는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준다. 누가 이런 거래를 원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인텔에 이어 앞으로 미국 정부가 다른 반도체 기업이나 다른 산업의 기업 지분도 취득하는 거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인텔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다른 반도체 기업이나 다른 산업의 기업 지분도 취득하는 거래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텔 신규 보통주 4억3330만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하고 약 89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매입 대금은 반도체법 보조금 중 미지급분 57억 달러와 국방부 ‘보안 반도체 독립화 프로그램’ 지원금 32억 달러에서 충당된다. 이로써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면서 지분 8.9%를 보유한 블랙록을 제치고 인텔 최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지분은 “비의결권 지분”이며 “인텔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텔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의 투자로 인해 사업에 리스크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매출의 76%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으며, 그중 중국이 29%를 차지한다.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해외에서 규제 강화나 보조금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매입 가격이 시장가보다 약 20% 낮아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정부 권한이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수익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정치적 환경 변화로 인한 거래 무효 가능성, 소송 리스크도 경고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인텔에 이어 추가적인 기업 지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 재계에서는 이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이번 인텔 지분 취득 과정은 단기간 내 극적 사건들을 동반하며 빠르게 진행됐다. 이달 초 인텔 자회사가 중국 국방과기대학에 반도체 설계를 불법 판매했다는 미국 폭스비즈니스의 보도가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탄 CEO는 이후 백악관을 찾아 자신이 중국의 간첩이 아니라고 직접 해명하고 인텔이 미국 우선 정책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퇴진 요구를 철회하고 대신 정부 보조금 89억 달러와 맞바꾸는 조건으로 인텔 지분 확보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를 인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2주간 혼란을 겪던 인텔은 탄 CEO의 입지가 강화됐고, 경영도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인텔 주가도 회복세를 보였으며 소프트뱅크도 인텔에 2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 지각변동을 이끌 만큼의 자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기업 경쟁사 대만 TSMC 등에 비해 파운드리 역량이 낮은 인텔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인텔을 밀어주기 위해 다른 기술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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