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1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으나, 반도체 사업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 관세와 보조금 변수 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규제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1시 15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은 출장 소감과 내년 사업 구상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 열심히 할게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추진된 대미 반도체 추가 투자나 엔비디아로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등 구체적 협력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100% 품목관세 관련 세부 사항도 확정되지 않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보조금을 받지 못하거나 보조금을 받으려면 지분을 넘겨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추가 대미 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미국 현지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도 만나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검증 절차를 밟는 중이다. 또 5세대 'HBM3E'도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이나 1년 넘게 통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신규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조치는 대중 기술 통제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장비 도입 지연과 첨단 공정 전환 및 기술 업그레이드 차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레시 물량의 40%,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D램과 낸드 물량의 40%와 20%를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구형 메모리 생산 기지로 전락하면서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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