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 퇴직연금 계열사 의존도 '압도적'… 영업보다는 관행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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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 사업이 여전히 ‘계열사 의존’ 구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사와 보험사의 계열사 의존도가 높았다. 퇴직연금의 자금 운용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략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계열사 유입자금 비중이 가장 높은 금융회사는 현대차증권(77.25%)으로 나타났다. 전체 적립금 17조9321억원 가운데 13조8519억원이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 자금이다.
 
삼성생명도 전체 적립금 50조3338억원 중 절반이 넘는 26조1931억원(52.04%)이 계열사 자금이었다. 삼성화재는 7조1000억원 중 2조3698억원이 계열사 유입으로, 의존도가 33.52%에 달했다. DB생명보험(29.39%), 한화투자증권(22.83%), 한화생명(17.71%), 흥국생명(17.41%), IBK연금보험(16.82%) 등도 15%를 상회했다.
 
증권사 중에서도 계열사 의존도가 낮은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전체 적립금 32조1384억원 중 계열사 유입이 1189억원(0.37%)에 불과해 사실상 외부 시장 중심의 영업 구조를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의 경우 계열사 의존도가 극히 낮았다. IBK기업은행(0.12%), KB국민은행(0.7%), 신한은행(0.81%) 등은 계열사 의존도가 1% 미만으로 외부 시장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은 가입자 퇴직 시까지 장기 운용되는 자금인 만큼 수익률과 안정성이 핵심인데, 현재처럼 계열사 위주의 운용이 지속되면 외부 경쟁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익률 개선을 위한 리밸런싱이나 상품 경쟁력이 계열 내부에 머무를 경우, 전체 시장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증권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장기수익률(7년 기준)은 원리금 보장형 2.58%, 원리금 비보장형 1.98%로 평균치 3~5%보다 낮았고, 삼성생명도 2.27%, 3.82%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자금 유치는 영업 실적보다 그룹 내부 자금 유동성과 관리 관행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형식적으로 수익률 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인 경쟁력이 높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자금을 계열사에 집중시키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현행 법령상 퇴직연금 운용기관의 지정과 운용 방향은 사용자(기업)의 자율 판단에 맡겨져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계열사 의존도는 수익률 중심의 자산관리라는 퇴직연금의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매년 퇴직연금 사업자의 적립금 구성과 수익률 성과를 점검해 공시하고 있으나, 계열사 집중도에 대한 규제는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직접적인 제재보다는 퇴직연금 사업자별 성과 평가를 통해 시장 자율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시장은 2025년 상반기 기준 전체 적립금이 446조원에 달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중심으로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적립금의 절반가량이 DB형 구조다.
 
특히 DB형의 경우 사용자 기업이 운용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인 만큼, 계열사 중심 운용이 오히려 리스크 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수익률 중심의 운용 전략 강화와 외부 시장 확대가 병행돼야 퇴직연금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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