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지난 5월 말 열린 4개국 국방장관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5월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일본, 호주, 필리핀 국방장관과 연 4개국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문구 삽입을 완강히 거부했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동·남중국해에서의 위협을 비판하는 내용을 성명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는 전혀 손을 대려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3일 중국의 전승절을 맞아 함께 자리를 하는 등 결속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꺼림칙한 조짐”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단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지칭한 바 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협상에서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고 핵 군비 관리에 응하도록 하는 거래를 목표로 할 수 있다”며 “그 경우 아시아의 긴장은 고조되고 세계의 핵 비확산 체제는 흔들리며 한국에서는 핵 보유를 바라는 여론이 한층 더 활기를 띨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닛케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판에 끌어들여 서방 주도의 국제정치를 무너뜨리고, 미·중·러 3국만의 대국 협의 틀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함정에 걸리면 민주주의의 서방 제국이 주도하는 질서는 질식하고 세계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향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향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중러가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노는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 신문은 이날 북·중·러 정상이 함께한 중국 전승절을 역사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며 세 나라의 결속이 북한 핵 보유의 고착화를 불러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에 참여했지만,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핵 보유를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중국도 사실상 비핵화를 추궁하지 않는 쪽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한·미·일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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