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성과급'이 쏘아 올린 공··· 양극화 심화에 노조 반발 들불

  • "우린 왜 못 받나" 노사 간 형평성 논란

  • 재계 긴장 고조… 협상력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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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1억원 성과급' 지급으로 대표되는 노사 간 수익 배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성과가 좋을수록 혹은 경쟁사 사례를 근거로 노조가 '더 나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사측은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기업별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노조 간 빈익빈부익부까지 더해져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날 연간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한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대 39조원 안팎으로 10%인 3조9000억원을 전체 구성원 수로 단순 나누면 1인당 1억원 이상을 받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 중이다.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결단에 실적이 좋았던 다른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투쟁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했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노조는 임금 인상 규모와 정년 연장 문제 등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다가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에만 전년보다 4배 이상 많은 9000억원대 영업이을 낸 HD현대중공업도 노사가 지난 7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 반대로 부결된 후 부분파업 중이다.    

상반기에만 1조4252억원의 영업 실적을 거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사 역시 올해 임단협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최근 3년간 지속된 최대 실적 경신과 압도적인 업계 1위 지위에도 처우가 낮다고 지적한다.

반면 실적이 저조한 기업 노조 역시 경쟁사 사례를 들며 사기 진작 차원의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2일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이재용 회장과 경영진에게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현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며 이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를 직접 언급하며 "최태원 SK 회장은 EVA 방식 개선 요구에 본인 보수 반납까지 감수하며 영업이익 기준으로 제도를 바꿨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삼성이 추격할 수 없는 더 높은 실적을 내자는 분위기로 결집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메모리 불황 직격탄으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쳤다.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파운드리 사업도 대만 TSMC와 격차가 60% 이상 벌어졌다.

성과급 제도 개편은 삼성그룹 전체 과제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성과급 개선 요구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가 좋은 기업 노조는 보상이 당연하다고 강조하고, 실적이 낮은 기업도 구성원 사기 유지를 이유로 동일한 수준을 요구한다"며 "노사 갈등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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