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더 센 상법 개정안'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모양새다. 규제의 취지가 '노동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에 있다 해도 현장의 체감은 녹록지 않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업종의 임금 및 단체협상은 올해 유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규제와 관련 "논의의 속도와 방향 모두 과하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특히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의 각종 우려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발이 크다. 그간 재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으로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 제기해왔다. 이사회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과 관련해선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란 게 이들의 입장이다.
재계는 당혹스럽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 제도화 수순을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기업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제도의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다만 문제는 '속도'와 '균형'이다. 경영계가 요구한 시행 유예나 경영상 결정의 쟁의 제외 같은 최소한의 완충장치조차 반영되지 않은 채 제도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규제는 쏟아지는데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이드라인을 속도감 있게 만들어야 한다. 조정·중재 매뉴얼의 표준화, 사용자 방어권 도입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상법 개정의 '책임 강화'가 '기업 위축'으로 귀결되지 않게 소송 남발 억제 장치를 촘촘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임단협마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등은 9년 만에 동시 파업 카드를 꺼냈고, 이는 협력업체와 소비자 불안으로 퍼지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무쟁의 조기 타결'로 상생 모델을 보여주며 대조적인 모습이다. 포스코 노사 모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한 결과로, '룰 안에서의 해법'이 가능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결국 노사도 손을 맞잡아야 한다. 경영계는 고용 안정과 같은 같은 미래 의제를 테이블 중앙으로 끌어와야 한다. 노동계는 '확대된 권리'의 위력을 단기 전투에서 모두 소진하기보다, 생산성 정체와 안전 리스크를 줄이는 공동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미국과 중국 기업은 자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각종 규제 등으로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마저 저하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할 골든타임에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꼴이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 상호 불신의 비용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규칙과 생산성에 연동된 보상'이라는 공통분모를 키워야 한다. 총성 없는 전장인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공생의 기술'뿐이다. 법과 제도, 노사와 정부 모두가 '지속 가능한 협력의 설계'에 나서 한국 산업이 다음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