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마무리되며 17년 만에 금융위원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 금융감독위원회가 부활해 감독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격상하고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그중 금융감독체계는 2008년 출범했던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하는 걸 골자로 한다.
이러한 개편의 목표는 권한 분산에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그간 맡아왔던 예산 기능을 떼어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하는 기획예산처로 넘긴다. 이어 이름을 재정경제부로 바꾸고, 향후 경제정책, 세제, 국고 기능 등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기존 국내 금융 업무를 재정경제부로 이관한다. 이후 금융위는 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데, 그 아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또 금감원은 유지하되 그 안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신설해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아울러 정부는 금소원에도 검사·제재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금소처가 금소원으로 분리·신설되면 단순 민원 처리 조직이 될 수 있다는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간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 존치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원안대로 대부분 이뤄지게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유례없이 강력한 6·27 가계대출 대책을 두고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칭찬하는 등 신임을 나타내며 ‘금융위 존치설’이 부상한 바 있다.
조직개편이 완료되면 각 금융기관 수장의 직함도 바뀌게 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건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감위원장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이찬진 금감원장이 자리를 지키며 금소원장에 새 인물을 배치하는 방안이다.
다만 실제 조직개편까지는 아직 법 개정이란 관문이 남았다. 금융위가 해체되려면 금융위 설치법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은행법, 자본시장법 등 연달아 개정이 필요해서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조직개편이 완료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지만, 금융위 설치법, 은행법 등은 현재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정무위원회를 거쳐야 해 비협조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 간 합의가 끝내 불발될 경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방식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선 감독기관이 하나 더 늘어난 꼴”이라며 “앞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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