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유명 배우 마릴린 먼로(1926~1962)가 사망 직전인 1962년 마지막 몇 달을 보냈던 로스앤젤레스의 저택이 철거 위기를 넘겼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LA고법 제임스 챌판트 판사는 지난주 명령을 통해 저택 소유주인 브리나 밀스타인과 로이 뱅크가 청구한 자택 철거 요청을 불허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 두 사람은 먼로가 살았던 집 인근에 있는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는데, 두 집을 합치기 위해 저택 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이 집은 지난 2023년 8월 84억 달러(약 116억원)에 구매했다. 밀스타인은 부동산 가문의 상속자이며, 남편 뱅크는 방송 PD 출신이다.
이번 결정은 부부가 이 저택을 매입한 이후 LA 시청과 진행한 2년간 진행된 송사를 끝내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당초 이들이 철가 허가를 당국으로부터 받자, 주민과 역사학자, 보존운동가, 먼로의 팬 등으로부터 반발이 일었다. 이후 해당 지역구 소속인 트레이시 박 LA 시의원이 나서 이 저택을 시 역사 문화 기념물로 지정해 달라는 긴급 동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은 “LA에서 마릴린 먼로와 그의 집만큼 상징적인 인물이나 장소는 없다”면서 “이 역사적 유물을 잃는 것은 여성의 유산과 관련된 사적지가 3%도 되지 않는 LA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 소유주 측은 먼로가 1962년 사망한 이후 14명의 주인을 거치고 개조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부부는 이 집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 건물을 문화적 랜드마크로 지정했고 이후 부부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 집은 당초 1929년에 지어졌지만, 먼로가 7만5000달러에 매입하기 전에 대부분의 개축 작업이 진행됐다. 부동산 사이트 질로우에 따르면, 방 4개에 욕실 3개로 약 244㎡ 규모인 이 집은 2022년 시세 920만 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시세는 852만달러 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집에 대해 영국 에든버러대 애나 잘스버그 선임강사는 2023년 셀러브리티연구라는 저널에 “마릴린 먼로의 미스터리 집: 헬레나 드라이브 5번가의 재평가”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잘스버그는 논문에서 “먼로는 베벌리 힐스의 호화로움이나 (프랭크) 시내트라가 (가졌던) 산꼭대기 별장의 세련된 모더니즘을 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오랜 시간 이 도시에 가졌던 가족의 집이라는 안정감을 원했다”고 썼다.
1948년 영화 ‘스쿠다 후! 스쿠다 헤이!’로 데뷔한 먼로는 1950년대 할리우드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히는 배우다. “이브의 모든 것” “뜨거운 것이 좋아” “7년만의 외출” 등에 출연했다. 먼로는 1962년 초 이 집으로 이주하면서 집에 “쿠르숨 페르피키오”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나는 여정을 끝낸다”는 뜻이다. 그는 그해 8월 4일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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