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발전의 변곡점에서 금융투자업계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원장이 취임 후 여는 릴레이 간담회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 26명이 참석했다.
전날(7일) 여당이 금융위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신설 등의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가운데, 이날 이 원장은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먼저 상품 설계·판매·운용 전 과정에서 CEO가 주도적으로 소비자 보호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직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상품은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며 불완전판매 근절을 주문했다. 또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내부통제 혁신을 CEO들의 책무로 못 박았다. 업계에 휘슬블로어(내부고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대해서도 “준(準) 공적연금 체계로 전환되는 만큼 가입자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며 가입자 중심의 상품 혁신과 장기 수익률 제고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금융투자업계가 부동산 PF 등 투자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벤처기업에 과감히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선택이 아닌 금융투자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자산운용사의 수탁자 책임 강화도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시세조종·사기적 부정거래·불법 리딩방 등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이재명 정부 핵심 공약인 증시 활성화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도 '코스피 5000'에 대해선 일절 담지 않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감독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과제로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증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의 방향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 코스피 5000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웠지만 최근 한 달 새 관련 언급은 확연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8월 24일 기획재정부의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도 코스피 5000은 빠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현장간담회를 연 김민석 국무총리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자본시장을 존중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지만, 코스피 5000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임기 내 코스피 5000 시대 달성'이라는 숫자에 정부 스스로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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