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고에 긴장 고조…통신3사, 해킹사고 과징금·소송 리스크 직면

  • "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당…은폐 유도할 위험 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과징금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하면서 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가 정치적 압박과 소송 리스크에 직면했다.

통신·보안업계·학계는 SKT의 1000억원대 과징금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행정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직접 개입이 강해진면 기업에 부여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업들이 해킹 피해 신고를 꺼리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SKT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대통령이 직접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방어 논리를 내세우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통신사, 금융사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기업들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징벌적 과징금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경고성 표현일 뿐”이라면서도 “대통령 발언으로 통신사들이 정치적 압박 속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어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정보위원회는 해킹 피해 기업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개인정보위는 최근 SKT에 1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T는 “의결서를 받은 뒤 소송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도 “과징금 액수는 유감스럽다”고 했다.

통신업계는 개인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낸 기업과 해킹 피해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로 장사를 한 기업과 해킹을 당한 기업의 차이는 구분해줘야 한다”며 “이번 과징금은 징벌적 수준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유레 없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학계 역시 우려를 제기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은 원래 부당이득 환수와 제재 성격을 함께 갖고 있는데, 여기에 ‘징벌적’이라는 표현을 덧붙이면 벌금과 구분이 모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발언대로 막대한 과징금이 현실화된다면 기업들은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고, 통신사와 보안 기업들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부당이득이 명확하지 않은 기업에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보안 강화에도 불구하고 해킹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징금까지 부과되면 자진 신고 대신 은폐를 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매출액 3% 부과 방식보다는 정액 과징금 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과징금이 오히려 기업들의 해킹 신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킹사고 신고 접수 건수는 1034건으로 전년(1887건) 대비 45% 줄었다.

올 상반기 SKT 해킹 사고 이후에도 YES24, 롯데카드 등 대형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침해 사고가 잇따르며 국민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KISA 관계자는 “최근 해킹 수법이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피해 규모도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정보 유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앞으로 통신사의 행정소송이 더 잦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의 공정거래위원회와 행정소송(번호이동 담합)에 이어 앞으로 해킹과 관련해 법적 다툼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행정소송 예산을 늘리고, 기업들은 방어적 태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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