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중국 부추와 한국 개미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447포인트045 오른 321959로 장을 종료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4.47포인트(0.45%) 오른 3219.59로 장을 종료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 증시는 '부추'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밀어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라내도 계속 자라나는 부추처럼 손해를 봐도 털어내고 끊임없이 유입되는 중국 부추들 덕분에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8월 중국 A주 평균 거래대금은 약 2조2700억 위안(약 44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활황장 기준으로 여겨지는 1조 위안 대비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증했고, 신용잔액도 2015년 '후강퉁 버블' 당시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정 예금보다 주식·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투자 상품 선호 분위기가 극대화된 영향이다. 중국 가계의 대표적 재테크 수단인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치고 예금 금리는 0.95%로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하며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개인투자자의 증시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졌다고 보긴 섣부르다. 금과 비트코인, 펀드 등 증시를 대체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과 확장적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자금이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몰렸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지원이 지속되는 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에만 10% 상승했고 올 들어 8월까지는 20% 넘게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내수 관련 종목들이 랠리를 주도하며 "중국 증시는 시작도 안 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한국에서 개미투자자들의 활약은 쉽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코스피 5000' 기대감에 올 들어 7월까지 주요 30개국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달렸던 코스피는 8월 들어 꼴찌 신세가 됐다. 여기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가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행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보유액 50억원이지만 2025년 세제개편안에 이를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미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연말마다 세금 회피성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증시 방향타'를 쥔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몫이 된다.

여기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금융주마저 힘을 잃고 있다. 교육세 인상분과 담보인정비율(LTV)·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가산금리 책정 규제가 모두 조(兆) 단위 부담으로 대기 중이라 대규모 주주환원이나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꺾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주택담보대출 제약과 상생금융 압박, 강화된 바젤Ⅲ 대응으로 수익성 강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주가 변동 폭이 큰 상황에서는 개미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옵션·선물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정교한 방어 전략을 세울 수단이 사실상 없다.

투자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개미들은 계속 불리한 게임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험은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누적된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도약을 꿈꾼다면 그리고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남을 길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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