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사태, 韓 대미감정 흔들고 美 정책 모순 드러나"

  • WP "한국 전반에 충격파…美의 행동, 특이하고 충동적이며 모순적"

  • WSJ "美, 정책적 모순 드러낸 사례…전문직 비자 제도 개선해야"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ICE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ICE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된 사건을 두고 미국 유력지들이 잇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모순을 지적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규모 이민 단속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한국에 충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경한 이민 단속과 해외 제조업 투자 유치라는 두 목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며 근본적 해법으로 전문직 비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WP는 8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은 이번 사건을 동맹 정신에 어긋나는 “특이하고”, “충동적이며”, “모순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좌우를 막론한 정치권과 언론 전반에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일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했다고 전하면서 이는 한국이 최근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한 직후 터진 일이라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을 “아름답다”고 치켜세웠지만 단속 당시 한국인 근로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 나오는 장면은 전혀 다른 메시지로 다가왔다고 WP는 꼬집었다.
 
최종건 전 외교차관은 WP에 “정말 할 말을 잃었고 화가 난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뺨을 맞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미국 산업을 살리기 위해 간 것이고, 공장이 완성되면 결국 미국인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목격한 것은 한국인들이 수갑을 찬 채 테러리스트나 깡패 집단처럼 취급받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번 사태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백악관 정상회담으로 양국 긴장이 완화되는 듯 보이던 시점에 발생해 한국 사회에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WP는 대만 등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음에도 유독 한국 공장만 대규모 단속의 표적이 된 데 대해 한국 언론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언론은 미국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이민 단속으로 기업들을 압박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가 양국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WSJ도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번 구금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는 정책적 모순을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SJ은 강경한 이민 단속과 제조업 투자 유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며, 미국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전문직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미국 내 숙련 기술 인력 부족을 구조적 원인으로 꼽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을 떠받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도 2030년까지 반도체 분야 기술직 6만7000개가 공석으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직원 상당수는 단기 출장용 B-1 비자를 소지한 채 현장에서 근로자 교육과 감독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직 외국인을 위한 H-1B 비자는 매년 발급이 10만 건 미만으로 제한돼 기업들이 활용하기 어렵고, 미국과 통상 협정을 맺은 국가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E-2 비자 역시 최근 신청이 급증하면서 심사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홍창환 미국 변호사는 “미국은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일정에 맞춰 가동해야 하는 공장에서 그런 인력을 찾기는 어렵다고 항변한다”고 말했다.
 
호주·싱가포르가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자국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무기한 갱신이 가능한 E-3 비자를 확보한 것과 달리,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이런 혜택을 얻지 못했다. 공화당 영 김 하원의원이 지난 7월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에게 연간 1만5000건의 비자를 할당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지난 10년간 유사한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이 투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이 부분에 “장기적인 해결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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