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쿡 이사가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임시 명령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지아 콥 판사는 쿡 이사가 제기한 직위 유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쿡 이사는 당분간 연준 이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콥 판사는 연준법은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만 연준 이사가 해임될 수 있도록 규정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가 연준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또 판결문에 "해임은 이사가 직무에 임명되기 이전의 입증되지 않은 행동을 근거로, 향후 업무 수행에 관한 가정에 근거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의 가장 적절한 해석은 이사 해임 근거가 직무 수행 중 행위와 법적 의무를 성실히, 효율적으로 이행했는지 여부에 한정된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쿡 이사의 변호인 애비 로웰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근거 없고 모호한 혐의로 쿡 이사를 불법 해임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우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WSJ과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법무부는 오는 16~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에 이번 결정을 다툴 수 있도록 신속한 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법원 판결로 쿡 이사가 이번 FOMC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헌법 2조와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 이사를 이사직에서 즉각 해임한다고 밝혔다.
이 의혹은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제기했다. 쿡 이사가 주거용 부동산이라며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임대로 내놨다는 의혹이다. 주거용 대출은 임대용보다 금리가 낮고 조건이 유리하다.
쿡 이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해임 발표 직후 법무부는 수사에 착수했다. 쿡 이사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했고 2023년 연임돼 임기는 2038년 1월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 조치를 두고 월가 등에서는 연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중앙은행 이사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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