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기업 캠브리콘(중국명 한우지·寒武紀) 주가가 지난해부터 폭등하며 중국 증시의 '국산 AI칩 대표주'로 떠올랐지만, 시장에서는 실적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과열에 경계 목소리를 낼 정도다.
실제로 8월 말 기준 캠브리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5000배가 넘어섰다. 이는 반도체 산업 평균 수준인 90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PER은 기업의 적정 몸값을 가늠하는 잣대로, 일반적으로 PER이 30배를 넘는 주식은 고평가됐다고 본다.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2023년 하반기 매출 급증세를 보일 때 PER은 200배 남짓에 불과했다.
게다가 캠브리콘의 반도체 수율이 20% 미만으로, 연간 생산력이 웨이퍼 기준 최대 8만 장 수준이다. 밀려드는 기업들의 주문에 대응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 실제 매출 성장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캠브리콘의 주가 급등세에 기관 투자자들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캠브리콘은 지난 9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로부터 사모 유상증자 계획 승인을 받았다. 조달액은 약 40억 위안(약 7826억원)이다. 당초 5월에 예상했던 50억 위안 자금보다 약 10억 위안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현재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 기관투자자의 투자 결정 부담이 커진 만큼 전략적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최근 비런과기(壁仞科技), 수이위안커지(燧原科技), 신촹 주푸(新創智譜) 등 중국 AI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향후 중국 빅테크의 잠재적 AI칩 공급자가 됨으로써 캠브리콘의 경쟁자가 될 것인만큼 캠브리콘 주가 성장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산업의 강력한 탈(脫)미국 기조에 캠브리콘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의견도 있다. 중국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외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자국산 칩 생산량 늘리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내년까지 자국산 AI칩 총 생산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칩 생산량이 늘면 설계를 맡고 있는 캠브리콘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캠브리콘의 AI 칩 출하량은 2025년 약 14만3000개에서 2030년 210만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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