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78년 만에 사라지는 '무소불위' 권력…권한남용·불신 벽에 '무릎'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 서영교 의원이 지난 2월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 서영교 의원이 지난 2월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소는 공소청이,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 완전 분리 체계가 도입되면서, 1949년 검찰청법 시행 이후 76년간 유지돼온 검찰 중심 구조가 막을 내린다. 이는 전례 없는 변화지만, 이는 외부의 강압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수십 년간 누적된 권한 남용과 불신이 결국 검찰청 폐지라는 극단적 처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2024년 여론의 강한 조사 압력을 맞닥뜨린 검찰은 이례적으로 피의자를 검찰청 조사실이 아닌 외부장소에서 ‘방문 조사’까지 하며,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전례 없는 예우에 “검찰이 권력자 가족을 위해 정의를 접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불과 1년여 후 재수사에 착수한 김건희 특검은 같은 사건을 다시 파헤쳐 구속 기소로 이어갔다. 이전의 검찰 수사에서는 공모한 정황을 찾을 수 없었지만, 특검팀은 관련 증거를 다수 확보하면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반대로, 2009년의 ‘미네르바 사건’은 과잉 기소의 상징이다. 온라인에서 경제 전망을 내놓던 ‘미네르바’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자, 검찰은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허술한 법 적용으로 한 개인을 범법자로 낙인찍고 여론을 봉쇄하려 한 시도는 검찰이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미네르바 사건은 서로 정반대의 결론이지만, 검찰이 권력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비판적 시민에게는 가혹했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검찰의 권한남용과 제도개혁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의 권력남용은 크게 △정치적 표적 수사 △자본권력 봐주기 △무리한 강제수사와 인권 침해 △검사 개인의 사적 남용으로 분류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사처럼 무리한 압박으로 정치적 타격을 주거나,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처럼 수감자 증언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정당 인사와 노동단체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선택적으로 꺼내들면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정권이나 정치적 세력의 칼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 BBK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서둘러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재수사를 거쳐 2020년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7년이라는 중형을 확정했다. 2022년 SPC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도 안전 불감증이 지적됐지만, 검찰은 그룹 총수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법 적용이 권력자와 기업 앞에서 달라지는 불평등한 정의를 적용한 셈이다.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에서는 70차례 넘는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가족 전체가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 흘리기로 법원의 판단 이전부터 사회적 낙인을 받았다. 2008년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제작진을 기소하며 압박을 가했으나 결국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과잉수사와 별건수사, 언론플레이는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반복됐다.

2010년 드러난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는 다수의 검사들이 건설업자에게 수십 년간 향응과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폭로됐다.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서도 검찰은 명백한 증거에도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으로 100억 원대 이익을 챙긴 사건도 있다. 제 식구 감싸기와 부패 카르텔은 검찰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었다.

검찰은 오랜 세월 ‘공익의 대표자’를 자임해 왔지만, 정치와 자본, 개인의 이해에 흔들리면서 국민적 불신과 폐지라는 극단적 결론을 불러왔다.  검사 출신의 임수빈 변호사는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기관임에도 오히려 권력과 결탁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한 결과 무리한 기소와 표적수사가 반복됐고, 시민의 기본권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이제는 검찰 스스로의 개혁이 아니라, 제도적 통제를 통해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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