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2박 3일간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1기 당시인 201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초청 이후 두 번째다. 해외 정상이 영국에서 두 차례 국빈 예우를 받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기술·무역·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현안에서 공조를 과시할 전망이다.
NBC 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늦게 런던에 도착해 “영국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특별한 곳”이라며 재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찰스 3세 국왕에 대해 “우리는 내일 그를 만날 것”이라며 “그는 오랫동안 나의 친구였고, 모두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 부부 및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만나고 저녁에는 국빈 만찬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회담을 갖고 관세, 원전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의 핵심 성과로는 우선 기술과 경제 분야 협력이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시기에 맞춰 영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MS는 2028년까지 4년간 영국에 총 300억 달러(약 4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구글은 향후 2년간 50억 파운드(약 9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총 310억 파운드(약 58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역협정도 중요한 의제다. 양국은 지난 5월 영국산 자동차 관세 10% 인하,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 등을 담은 초안을 발표했지만 세부 사항은 여전히 조율 중이다. 아울러 영국이 최근 7년 만에 중국과 무역 협상을 재개한 것도 미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는 "최근 영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재개는 영국의 경제적 방향과 관련해 미국의 의문을 키우면서 무역 협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했다.
외교 현안 역시 난제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는 교착 상태에 놓여 있고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확대되는 가운데 스타머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가능성을 언급해 미국과의 갈등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제한적이지만 일정 영향력을 활용해 휴전 협상을 이끌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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