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세계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하려 하지만 초기 단계에 어려움에 부딪혀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 생산 체계가 워낙 촘촘히 짜여 있어 진입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적 접근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최대 50%)를 부과하면서 철강 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 대표 철강 기업 포스코 역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활로 찾기에 분주하다.
임채일 포스코인터내셔널 재팬 오사카 지점장은 포스코가 지닌 ‘위기 대응 DNA’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임 지점장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품질과 공급 안정성 등 강점을 살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재팬은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종속회사로, 일본 시장에서 철강 판매를 주력으로 한다. 모회사 제품을 한국에서 들여와 가공 거점인 포스코 재팬 PC(PJPC)를 통해 가공·유통하는 방식으로 매출 85%가 발생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3000억엔으로 외국계 자본 기업 가운데 15위권이라고 임 지점장은 설명했다.
오사카 지점은 포스코 재팬의 대일 철강 판매 최일선이다. 임 지점장은 “올해 판매량은 약 100만t, 매출은 850억엔 수준”이라며 “직원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철강 단가가 높은 만큼 국가 경제 기여도가 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내 철강 수요 감소와 중국의 덤핑 공세는 부담이다. 다행히 한국산 철강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어 관세 이슈와 관련해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포스코의 최대 강점은 고객사 신뢰다. 오랜 거래를 통해 현지 업체보다 포스코를 선호하는 고객사가 많다. 최대 거래처인 마루이치 강관은 45년간 950만t 넘는 철강을 매입해왔고 1987년부터 40년 가까이 거래해온 사노이스 조선도 주요 고객이다.
위기 대응 능력 역시 돋보인다.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공장이 사상 처음 셧다운됐을 때도 공급 차질 없이 납기를 지켰다. 임 지점장은 지난해 2월 제주 앞바다에서 조선용 후판 3000t을 실은 화물선이 침몰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납기 지연 우려가 컸지만 포스코가 일주일 만에 새 물량을 확보해 대응했다. 광양·포항 공장뿐 아니라 PJPC 등 가공 거점이 창고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는 기술력을 토대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임 지점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엑스포 종료 후 들어설 통합형 리조트(IR)에 한국산 소재를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파이프 등 빌트인 제품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수요를 창출해 한국 기업과 상생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