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로보택시가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사진아주경제DB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사진=아주경제DB]
혁신은 고려장이 아니다. 오래됨을 내다버리고 새 것으로 대신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언제인가부터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 받은 듯하다. 로보택시가 대표적이다. 장점이 많은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로보택시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만으로 여객운송 시장의 기존 수단들이 대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어딘가 공허하다.

이는 혁신이 곧 기술혁신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기술은 혁신의 한 요소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등장해도 소수의 누군가 혹은 특정 집단에게만 이득이 된다면 혁신의 자격을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혁신은 '시장 확장'으로 정의돼야 한다. 시장 확장은 너무 비싸거나 혹은 지나치게 복잡해서 일부의 집단만 사용할 수 있던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일이다.

로보택시의 도입이 여객운송시장의 확장 없이 전통적인 택시를 그저 로보택시로 대체한다면 택시 산업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탈락한 운수종사자들은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로보택시가 시장확장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백번 등장하더라도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높아질 뿐이다. 시장 확장 없이는 혁신이라 평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시장은 여왕이 신을 스타킹을 발명할 때가 아니라, 여공들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스타킹을 만들어 낼 때 확장된다.

혁신이 시장확장이라는 점을 잊으면, 혁신을 밀어붙이게 된다. 밀어붙이는 혁신은 결코 시장의 성장과 국가의 부로 연결될 수 없다. 사회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소득 국가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가 지출되지만,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장실이 없어서 10명 중 1명이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사망하는 인도지만, 정부 주도로 아무리 화장실을 지어봐야 이용문화가 자리잡지 않으니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무언가를 밀어붙여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으면 부작용이 득보다 클 수 있다. 

혁신은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 끌어당길 때 성공할 수 있다. 밀어붙이는 혁신과 끌어당기는 혁신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 밀어붙이기 전략은 보통 처음 제안한 사람들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된다. 밀어붙이기 전략은 전문가의 확신과 달리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택시를 오래된 비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규정하는 최근의 주장이 그것이다.

반면 끌어당기는 전략은 소비자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힘겨운 과제나 시장의 특수한 요구에 대응하려는 현장 혁신가들에 의해 시작된다. 본질적으로 시장을 창조하거나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일에 초점이 있다. 처음에는 불완전하지만 새롭게 창조된 시장 수요는 끌어당긴 해결책에 생명을 불어 넣어 그것이 뿌리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더 이상 가짜 혁신에 허비할 여력이 없다. 로보택시의 도입 자체는 혁신도 구조개혁도 아니다. 로보택시가 기존 여객운송 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혁신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시장확장이며, 시장의 확장은 사회구성원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즉, 끌어당겨질 때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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