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석·고속철·선박 1등석 탑승 금지, 호화호텔·나이트클럽·골프장 소비 금지, 부동산 구매나 개조 금지, 고액 보험재테크 상품 구매 금지, 자녀의 사립학교 취학 금지....
한때 중화권 최고 부자였던 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이 사실상 '악덕 채무자'로 분류돼 당국으로부터 고급소비 제한 처분을 받았다.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린 완다그룹이 투자 파트너사의 366억원 어치 빚을 갚지 않은 탓이다.
2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 등에 따르면 최근 간쑤성 란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완다그룹과 산하 계열사 3곳에 소비제한 처분을 내렸다. 이들 기업 4곳의 회사와 법정대리인의 고액소비를 제한하는 것으로, 처분 대상엔 왕젠린 회장도 포함됐다.
완다그룹은 2023년 여름부터 2년 넘게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으며, 왕 회장은 수 차례 강제집행 처분을 당했다. 하지만 고액 소비가 제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 회장에 고액소비 금지령이 떨어진 것은 완다그룹이 2011년 우한시에 500억 위안을 투자해 건설한 고급 쇼핑관광 프로젝트 '한제'를 둘러싸고 당시 투자사 '광다신룽신탁'의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며 재정 분쟁에 휘말린 탓이다.
란저우 법원은 지난 7월 완다그룹 및 계열사 3곳에 1억8600만 위안(약 366억원)의 강제집행 명령을 내렸다. 완다그룹 측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한제를 부동산 경매로 내놓았으나 낙찰에 실패하며 결국엔 고급소비 제한령이 떨어진 것이다.
집행 대상자가 집행 통지서에 명시된 기한 내에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집행 신청인의 신청에 따라 심사를 거쳐 집행 대상자에게 소비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
왕젠린 일가는 한때 '중국 최고 갑부'로 꼽힌 부동산 재벌이었다. 2015년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 부자 순위에서 왕 회장은 순자산 2600억 위안으로,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 일가를 제치고 중화권 최고 부자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완다그룹의 재정난 속 현재 왕젠린 회장 일가 자산은 2015년의 10분의 1에도 채 못 미치는 200억 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완다그룹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잇달아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올해 5월에는 전국 각지의 '완다플라자' 쇼핑몰 48곳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한 바 있다.
완다그룹은 이처럼 적극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헝다그룹·비구이위안 등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은 기업의 선례를 간신히 피해 가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다.
중국 기업조사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완다그룹은 현재까지 강제집행된 액수만 142억9300만 위안(약 2조8100억원)으로, 지분동결 건수만 57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9월 들어 모두 5차례 지분동결 처분을 받았으며, 동결된 액수만 145억3300만 위안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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