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재계가 공급망 안정과 신산업 협력 강화 등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주최의 '한일재계회의'에서 차세대 경제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이모은 한경협 아태협력팀장은 29일 아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적 관계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양국 경제계는 늘 협력해 왔다"며 "앞으로는 수소, 인공지능(AI), 문화 교류, 인적 교류 등 미래 지향적 협력이 더욱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한·일재계회의에서는 스타트업 교류,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한·미·일 비즈니스 포럼 구성 등이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업 협력의 현주소와 발전전략 보고서'를 통해 양국이 모빌리티·바이오·차세대 반도체·핵심광물·에너지 분야에서 교류를 늘리고 인력 양성과 공급망 확대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양국 교역 구조가 원자재 중심에서 중간재·첨단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첨단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중심으로 한 상호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공동 연구비 장기 지원과 설계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모빌리티 산업 협력에 대해 김 연구원은 "한국은 전국 단위로 교통 데이터와 환승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만, 일본은 민영화된 운영사 구조 탓에 데이터 공유가 어려운 만큼 이 같은 차이를 극복하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산업 협력의 경우 "일본은 기초 연구 분야에서 강점이 있고, 한국은 이를 응용해 상업화하는 데 유리하다"며 공동 바이오 산업 클러스터 구축으로 시너지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일 협력은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과제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는 "미국·유럽은 한국과 일본을 같은 축으로 보지만, 정작 양국은 관세나 무역 협상에서 따로 움직인다"며 "이런 구조는 양쪽 모두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형태가 유사한 한국과 일본은 AI 등 첨단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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