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통합 데이터센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먹통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화재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부실한 재해복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데이터 백업 체계 부재가 문제로 지목되며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로 개청을 추진한 공주센터가 일찍 문을 열었다면 이처럼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정자원이 2025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예산은 고작 30억원에 불과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9일 정오 기준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647개 시스템 가운데 62개(9.6%)만 정상화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대전센터 5층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 복구는 당초 2주 예상에서 4주로 늘어났다.
문제는 정부가 2년 전 행정 전산망 장애 이후 ‘장애 발생 시 3시간 내 복구’를 약속했음에도 화재 발생 사흘이 지난 이날 정오까지 복구율이 10%에도 못 미쳤다는 점이다. 사실상 재해복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사태를 막아줄 ‘안전판’ 역할을 공주센터가 해야 했다. 국정자원 공주센터는 전쟁·재난에 대비한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로 당초 올해 9월 개소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공주센터 건립은 2008년 ‘정보보호 중기종합계획’에 따라 추진됐다. 대전·광주·대구 센터와 달리 화생방·내진·전자기파(EMP) 차폐 등 특수 시설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2012년 완공 목표였으나 타당성 재조사, 사업자 선정 유찰, 입찰방식 변경 등으로 늦어졌고 2019년이 되어서야 착공했다. 이후 공사비 증액, 계획 적정성 검토로 다시 지연되며 2023년 5월에야 건물 신축이 마무리됐다.
센터 내부 전산환경 구축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지만 2023년 11월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사업이 지연됐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액티브-액티브 재해복구(DR)’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연이 있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액티브-액티브 재난복구 시스템은 두 센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해 한쪽에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쪽에서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회예산처는 이러한 사업지연 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3.8%에 불과하고 올해 5월 말 66.9%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연내 간판을 달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주센터가 제때 운영됐다면 이번 전산망 먹통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 지적한다.
데이터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2등급 주요 시스템은 온라인으로 매일 백업을, 3·4등급 같은 비주요시스템을 포함한 나머지 시스템은 오프라인으로 매달 백업한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백업이 이뤄지지 않아 백업 시점에 따라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데이터 손실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개별 시스템 자체가 손상이 없으면 데이터도 손상이 없고 전소로 가장 큰 피해를 본 96개 시스템에 포함돼 있어도 다른 곳에 저장돼 있을 수 있어 복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정처 관계자 "당초 전쟁, 재난, 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비한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 필요성을 인식한 시점과 구축 운영 계획에 비해 장기간 계획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가정보자원 백업센터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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