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광고와 단편영화 현장에서 먼저 알려졌지만, 최근 다큐멘터리〈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다. 시각 디자인의 언어를 영화로 확장한 그의 첫 장편은,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제프 맥페트리지의 삶과 작업을 다룬 작품이다. 단순히 예술가의 기록을 넘어, 한 인간이 어떻게 시간을 쓰고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인터뷰에서 코버트 감독은 그래픽 디자인에서 영화 연출로 넘어오게 된 계기부터 장편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의 고민, 그리고 예술가 제프 맥페트리지를 통해 자신이 새롭게 발견한 삶의 태도까지 솔직하게 들려줬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과정이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 모션 그래픽으로, 모션 그래픽을 하다 영화 연출로 넘어갔다.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일이 줄어들면서 예술 작업도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래픽 작업이나 모션 그래픽에 대해서는 흥미가 줄어들었고, 영화 연출과 예술 작업에 더 몰두하게 됐다. 저는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라 늘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확장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균형 있게 해내려고 노력하는 데에서 오는 혼란까지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를 만들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 이 영화를 완성하는 데에 있어서는 편집이 가장 어려웠다. 20년 넘게 단편 영화와 광고를 연출해왔지만, 장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내러티브 기술을 배워야 했다. 총괄 프로듀서인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 초기 편집본을 보여줬을 때, 그는 “제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 한 마디가 편집 방향을 완전히 바꿨고, 결국 영화 자체도 달라졌다. 이후 수많은 버전을 거듭하며 가장 잘 와닿는 구성을 찾아냈다. 힘들었지만 동시에 즐거운 과정이었다.
화면에 담을 수 없는 맥페트리지의 세계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고민했나
- 운이 좋게도 사진작가 앤드류 페인터가 오랫동안 제프의 삶과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앤드류가 그 사진들을 영화에 활용할 수 있게 허락해줬는데 정말 큰 선물이었다. 앤드류의 사진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거다. 촬영을 시작하기 15년 전의 이야기까지 보여줄 수 있었던 핵심적인 자료였다. 특히 앤드류가 제프와 오랜 친구였기에 그의 가족과 함께한 사적인 순간들을 담은 사진도 있었고, 영화 제작팀끼리만 있었다면 촬영하기 힘들었을 제프의 친밀한 면모까지 보여줄 수 있었다.
제프 맥페트리지의 삶을 다루면서 아티스트를 기록하는 영화와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고민했나
- 처음에는 수십 년간 저에게 영감을 주었던 한 사람의 마법 같은 작품 세계를 세상에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점점 그의 작품만큼이나 삶의 태도 자체에 매료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차분하고 긍정적인, 가정에 충실한 가장’이라는 그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꾸며낸 게 아닐까 의심하면서, 그의 혼란스러운 어둠을 곧 밝혀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문화가 주입한 ‘고통받는 예술가’의 전형, 즉 술과 혼란에 휘말린,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프가 내뿜는 가벼운 에너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그 분명함에 매료되었다. 제프는 마약, 알코올, 혼돈에 의해 굴러가는 전형적인 예술가 이미지와는 반대인 사람이다. 그는 울트라 마라토너, 예술가,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고 있고,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표면 아래에 숨겨진 극심한 어둠이 아니라 그의 진정성이 영화의 중심이 됐다.
다큐멘터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톤과 리듬은 무엇인가
- 주어진 자료로 가장 솔직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고, 의도가 진실하다면 영화도 진실되게 느껴질 거라 믿었다. 제프의 작품은 형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 다양성을 살리고 싶었다. 특히 그의 그림 속 기하학적 구도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영화의 촬영 언어를 정리했고 이는 영화의 톤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톤과 리듬은 제가 사전에 설정해 놓은 것이라기보다는, 제프가 자신의 인생을 향해 보이는 리듬과 태도였다. 영화가 시적이고 때론 고요한 건 제프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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