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덮친 산재] 전문가 진단 "무리한 속도전…최저가 입찰 등 산재 예방 전환 필요"

  • "공사 기간 연장 및 건설비 증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 필요"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회사에 대해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초강경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내놓은 대책이 '처벌 강화' 중심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1일 건설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산재 예방을 위한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위주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산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책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중처법 등 이미 여러 처벌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한 처벌 대책이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결국 '서류 속 안전'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며 "안전을 위한 공사 기간 확보와 추가되는 비용들이 결국 안전 확보에 필요한 필수적인 사회적 비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건설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건설업의 경우 옥외 작업이 많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하도급 구조, 고령화·외국인 노동자 의존 심화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만큼 이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건설은 대표적인 옥외 산업이면서 인력 중심 산업이다 보니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당연히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삭감돼 실제 시공을 맡는 업체는 충분한 비용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등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안전 비용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이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안전과 생명을 위해 공사 기간 연장과 건설비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한 시공과 공사품질에 소요되는 비용은 우리 사회가 감수해야 할 비용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그러나 재개발, 재건축 현장을 보면 공사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 많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사비를 낮춰야 입찰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보장해 안전 관련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현장 운영을 미흡하게 해서 산재가 발생하면 그때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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