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라산 중턱 제3취수원에서 자동화 라인까지…제주삼다수 여정 따라가 보니

  • 축구장 100개 넓이 토지 매입해 오염 차단

  • 품질검증만 2년 국내 최장 유통기한 이유

  • 지하수 생성량 0.09%만 취수 안정성 확보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입구 취수원 인근 부지 72만㎡를 매입해 오염원을 차단했다 사진제주개발공사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입구. 취수원 인근 부지 72만㎡를 매입해 오염원을 차단했다. [사진=제주개발공사]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들어가자 양옆으로는 빛조차 비집고 들어오기 힘든 빽빽한 숲이 이어졌다. 높은 철책과 경계 펜스로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한라산 중턱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찾은 제3취수원은 지난해 완공된 삼다수의 새로운 수원지다. 이곳 관정은 지하 430m까지 내려가 원수를 끌어올린다. 김태형 제주개발공사 고객경영팀 박사는 "이번 취수원에는 국내 최초로 '이중 케이싱 공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관정 벽을 두 겹의 보호관으로 감싸 지표 오염물이 스며드는 길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1·2취수원에는 없던 기술로, 삼다수는 3취수원에서 처음 도입했다.

취수원 일대는 외부 오염원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로 둘러싸여 있었다. 공사는 상류 토지 72만㎡, 축구장 100개 규모를 매입해 취수원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 김 박사는 "제주의 청정자연 속에서만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제3취수원에는 물을 끌어올리는 취수정 4기와 이를 감시하는 감시정 8기가 설치돼 있다. 취수정은 서로 40m 이상 간격을 두고 배치해 지하수위 간섭을 최소화했다. 감시정은 취수정 주변을 따라 배치돼 지하수 수위와 수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한다.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모습 주변에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모습. 주변에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제3취수원은 2018년 인허가를 시작으로 6년 4개월의 공사 끝에 지난해 9월 준공됐다. 그럼에도 현재는 하루 100톤 규모 시범취수만 이뤄지고 있다. 상업 생산에 들어가기 전 최소 2년간 품질 검증 절차를 밟아야해서다. 김 박사는 "삼다수는 유통기한이 2년으로 국내 생수 제품 중에서는 가장 길다. 취수원 준공 후 상업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수년간 품질을 검증하며 지켜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은 일반 사기업이 쉽게 따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수원에서 길어 올린 물은 지하 송수관을 따라 곧장 공장으로 향한다. 직선 거리로는 약 900m, 지형을 따라 1.3㎞가량 매설된 관로의 직경은 100㎜ 내외다. 발밑으로 삼다수로 재탄생할 물길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취수원과 공장이 가까운 덕에 원수는 외부 오염 위험 없이 공장 원수 탱크에 도착한다. 원수 탱크는 정수와 충전 공정으로 이어져 있다. 김 박사는 "원수가 워낙 깨끗하다 보니 정수 과정은 필터링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장 한쪽에는 복잡한 정수 설비 대신 단순한 여과 장치만 자리하고 있었다.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 내 정수 설비 사진김현아 기자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 내 정수 설비. [사진=김현아 기자]

견학 동선을 따라 복도로 들어서자 투명한 통 안에 담긴 플라스틱 칩과  프리폼이 시선을 끌었다. 삼다수는 이 프리폼을 가열해 성형한 뒤 필터링을 거친 생수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플라스틱병을 외부에서 대량으로 들여오고 보관하기 어려워, 공장에서 직접 제작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유리벽 너머 라인으론 컨베이어 벨트 위로 투명한 병들이 줄지어 이동하며 충전·밀봉·라벨링 과정을 거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다. 초당 21병, 분당 1270병이라는 수치가 현장에서 체감됐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생산라인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일조차 무인 지게차가 맡을 정도로 공정 전반이 자동화돼 있었다. 효율성을 높인 동시에 위생 관리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김 박사는 "삼다수는 세척 공정에도 삼다수를 그대로 쓴다"며 "다른 업체들이 보통 공업용수를 쓰지만, 우리는 한 병의 품질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삼다수만 쓴다"고 말했다.

흔히 제주는 섬이라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현장에서 들은 설명은 달랐다. 화산섬 특유의 지질 구조 덕분에 내린 비의 약 45%가 지하수로 스며들고, 이는 육지 평균 저장률(10% 내외)의 네 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제주의 지하수는 오히려 풍부하다는 얘기다.
 
설비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제주삼다수 제품들 사진제주개발공사
설비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제주삼다수 제품들 [사진=제주개발공사]

삼다수가 취수하는 양은 매년 빗물로 충전되는 지하수의 0.09%, 즉 0.1%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마저도 연간 허가 취수량 165만6000톤 가운데 실제 사용하는 양은 약 110만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50만톤은 품질 관리 차원에서 여유분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삼다수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장 홍보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견학 동선을 따라 들어선 전시 공간에는 제주의 지하수 형성과정, 빗물 저장률, 취수량 관리 체계 등이 시각자료로 정리돼 있었다. 김태형 제주개발공사 고객경영팀 박사는 "27년간 지하수 수위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며 "과학적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정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박사는 "삼다수는 취수원에서 소비자 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며 "청정 제주의 물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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