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시멘트 업계 "추석 연휴 고향 내려가기가 무섭다"

  • 33년만에 시멘트 판매량 2000만t 아래로 …상반기 시멘트 업계 경영 실적 저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평소에는 상여금을 받는 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못 받아도 그러려니 합니다"

국내 시멘트 업계에 종사하는 박지수(가명) 씨는 올해 명절 보너스 없이 고향으로 내려간다.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에 건설 물량이 줄면서 시멘트 업계 대부분이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내수 출하량은 33년만에 2000만t 밑으로 내려앉았다.

박씨는 "물류 창고에 재고가 가득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건설 물량이 줄어들면서 일부 업체는 암암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멘트 업계가 역대 최악의 불황에 직면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수 출하량은 1천88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었다. 상반기 기준 시멘트 내수 판매량이 1992년(1976만t) 이후 33년 만에 2000만t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업계는 올해 시멘트 업계의 출하량이 4000만t을 밑돌 것으로 분석한다

시멘트 업계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업종으로 분류된다. 아파트 착공과 같은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 직격탄을 맞는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 착공은 25% 줄었다. 여기에 물류, 재료비까지 급등하고 있어 시멘트 업계를 더욱 옥죈다.

실적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쌍용C&E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34억3551만원으로 전년 동기 777억3516만원보다 약 5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337억원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82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의 영업이익도 각각 60.3%, 47%, 43.5% 감소하며 경영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건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연간 출하량이 4000만 톤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선 부동산 경기가 풀리는 내년 중순까지 버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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