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총리급 격상과 함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국정감사의 핵심 무대로 떠올랐다. 해킹 사고, R&D 예산, 사이버불링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감장은 여야 공방의 장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과방위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국감을 시작했다. 첫날 배경훈 부총리 겸 장관의 출석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14일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오전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졌고, 오후에는 욕설 문자 폭로로 정책 검증의 장이 싸움터로 변질됐다.
2025년 들어 기업 해킹 사태는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1년부터 4년간 지속된 해킹으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으며, 이는 올해 상반기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랜섬웨어 공격으로 주요 서비스가 장기간 마비됐고, KT 소액결제 시스템과 롯데카드 등 주요 기업도 연이어 피해를 입었다. 공공기관 대상 해킹 시도 건수도 2022년 800만건에서 2024년 1158만건으로 급증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지능화된 사이버 위협이 사회·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다. 과방위는 SKT와 KT CEO를 소환해 원인과 대책을 추궁했으나 정치 공방에 밀려 구체적인 해결책 도출은 미흡했다. 증인 92명, 참고인 42명을 채택했음에도 여야 대립이 철저한 검증을 가로막고 있다.
사이버불링 문제는 유명 유튜버 쯔양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른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조직적 공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쯔양 본인이 국감에 출석해 유튜브 플랫폼의 무법지대 문제를 증언했으나 일부 의원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TV 예능 출연 비판으로 몰아가며 본질을 흐렸다.
국감장은 국민의 관심을 받는 중요한 자리다. 이를 망각한 정치인들이 국감을 이념전쟁의 도구로 삼는 모습은 안타깝다.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의 젊은 보좌관이 떠오른다. 그는 국감을 앞두고 기자와 소통하며 국내 AI 기업의 실태와 현장 목소리를 열정적으로 취합했다. 그가 모시는 의원과 함께 준비한 자료가 국감장에서 빛을 발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예능 출연 논란이 모든 주요 현안을 덮은 국감장을 보면서 그는 정치의 본질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대립하고 비판하는 것이 사명이겠지만 과방위 국감장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주인공들만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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