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극단적 혐중'이 가져올 3가지 폐단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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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심서(中國心書) 2025 ⑤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반중·혐중정서가 정치화·진영화되면서 극우단체들의 혐중시위가 확산되면서 향후 한·중 관계 개선과 회복을 가로막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의 무비자 정책이 당파 갈등을 촉발시켰고, 반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무기화’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무비자 정책의 목적은 명확하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 차원이다. 중국은 2014년 11월부터 한국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도 상호주의 측면에서 고려한 조치다. 두 번째는 침체된 관광산업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계엄령 사태의 대내외 요인으로 위축된 호텔·관광·면세 등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의하면 올해 1~8월 누적 방한객 1238만명 가운데 중국인이 373만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다. 무비자 효과로 국경절 연휴(10월 1~8일) 기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5% 증가하면서 관광·문화 관련 산업계 대부분 매출액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100만명이 늘면 2조5600억원의 관광수입 창출효과가 있고, 경제성장률이 0.0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나아가 침체된 지역경제 및 소상공인들의 매출 확대에도 효과가 있다. 과거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달리 최근 트렌드는 MZ세대 중심의 개별자율여행(FIT)이 확산되면서 국내 맛집투어, 쿠폰을 활용한 알뜰소비, 성수동 팝업 스토어 투어, 한남동 패션의류 쇼핑 등 새로운 소비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1인 평균 지출 경비가 1622달러로 싱가포르(1546달러), 일본(807달러) 등 국가보다 높다. 물론 논쟁이 되고 있는 무비자 정책으로 인한 불법체류, 범죄 행위가 일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 혹은 ‘중국인들의 범죄 행위와 전염병 확산에 유의하라’는 식의 극단적 표현은 도를 넘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단순히 무비자 정책을 넘어 한·중 관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 한·중 관계는 정치, 외교, 안보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극단적 혐중정서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우리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째, 남남갈등의 이념적 대립과 충돌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반중과 혐중을 두고 일어나고 있는 이념적 대립과 충돌인 남남갈등, 독자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중국 가짜정보를 퍼트리는 극우 유투버의 ’중미경중(重美輕中)‘ 현상은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며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는 정치를 좌파의 친중과 우파의 친미의 이분법적 사고로 구분해 왔다. 좌파 정권은 미국을 소홀히 하고 친공산주의 노선으로 중국과 관계 강화, 우파 정권은 중국을 소홀히 하고 자유시장 경제체제 미국에 치우친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이런 뿌리 깊은 프레임이 우리 사회를 양분화하면서 국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US 뉴스 & 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5년 세계 국력순위’에서 한국이 세계 6위를 차지했다. 객관적 지표가 아닌 글로벌 인식을 반영한 순위라는 측면에서 평가 기준에 따라 순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 경쟁력과 문제점을 평가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지표는 리더 역량, 경제·정치적 영향력, 외교정책, 군사력 등 5가지 요소의 평균을 산정해 최종 순위가 정해진다. 수출, 경제적 영향, 국제외교 점수는 높은 반면 리더 역량과 정치적 영향이 매우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결국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 요인이 대한민국의 가장 약점이라는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내부의 자중지란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국익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

둘째, 혐중정서가 심화될수록 외부 리스크를 더욱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중정서는 역사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형서되었고, 사드사태와 같은 특정 이슈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현상이었다. 그러나 혐중정서는 중국을 적대국으로 보는 이념적 프레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초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주변국 인식 조사에서 중국에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71.5%로 북한(79%) 다음으로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의 부정선거 이슈와 가짜 뉴스 확산이 기폭제가 되면서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트럼프발 부정효과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미국 호감도가 하락하고, 중국 호감도가 올라가는 글로벌 추세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중국에 대한 국제 호감도 조사에서 36%로 전년(31%) 대비 5%포인트 상승했고, 비호감도는 61%에서 54%로 하락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1~4월 25개국 약 3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프랑스·캐나다 등 10개 고소득 국가에서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35%로 작년 51%에서 16%포인트 하락했고, 반면 중국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은 23%에서 32%로 상승했다. 그러나 한국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83%로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한편 경제적 영향력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25개국 응답자 중 41%가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응답해 미국(39%)을 앞질렀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 이탈리아 등 12개국은 중국 비율이 높았고, 한국, 일본 등 9개국이 미국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미국(86%)과 중국(8%) 간 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는 아예 중국의 경제발전과 성장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빠른 기술혁신과 발전의 나비효과는 우리 경제 및 산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다.

셋째, 혐중정서는 결국 반한·혐한 감정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국내 과격한 혐중 시위 영상이 중국 SNS에서 퍼져나가면서 ‘한국은 위험해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국가’로 소개하고 있다. 자기 나라를 폄하하고 싫어하는데 그 어느 누구도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중·혐중정서는 반한과 혐한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중국 MZ세대 사이에 '서울병(首尔病)'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을 다녀온 뒤 한국을 그리워하며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국 MZ세대들이 느끼는 일종의 향수병이다. 단순히 여행 후유증을 넘어 한국 문화와 사회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동경의 시선이 담기면서 서울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최대 쇼트폼 플랫폼인 더우인에서 '서울병' 해시태그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벌써 1억2000만회를 넘겼다. 그러나 ‘자존심도 없느냐?’ ‘앞으로 절대 한국 제품을 쓰지 않겠다’며 서울병에 대한 악성 댓글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10월 말 개최 예정인 APEC 한·중 정상회담이 서울이 아닌 경주에서 개최되는 것도 심각한 혐중정서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극단적인 혐중정서가 계속 확산되면 사회적 분열과 갈등 심화, 외교·안보, 경제적 긴장감 고조 등 국가 전방위에 걸쳐 영향을 줄 것이다. 좀 더 냉정히 급변하는 세계 흐름과 우리의 국익을 생각할 때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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