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대형 기술주가 주도해온 미국 증시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 우려 속에 필수 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등 방어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증시 투자자들이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히 수익을 내는 유틸리티(전기), 헬스케어(의약품), 필수 소비재(식료품 등)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경기 방어적 성격의 세 업종이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이번 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후 증시는 빠르게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은 차츰 경기 민감주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실제로 경기 확장기에 강세를 보이는 종목군인 지역은행, 소매업체, 주택 건설업체, 항공사 주가가 지난 한 달 새 일제히 하락했다. 아울러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 담보대출업체 트라이컬러의 갑작스러운 파산은 지역은행 우려와 함께 시장 불안을 키웠다. 앞서 유타주 기반 자이언스 뱅크는 5000만 달러(약 712억원) 규모의 대출을 손실 처리했고,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B)는 채권 회수 실패와 함께 거래 기업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지역은행에 대한 신용 우려가 증폭됐다. 두 지방은행의 잇단 부실 소식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떠올리게 하며 금융 불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라이컬러 파산 사태와 관련해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며 부실 대출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10년물 미 국채는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16일 금리가 4% 아래로 떨어졌다. 국채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아울러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 속에 국채와 금 같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지난주 잇달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자산운용사 언리미티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초대형 기술주의 강세가 실물 경제 대부분에서 증가하는 약세 조짐을 가려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세론자들은 기업 실적이 전체적으로 매우 탄탄했다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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