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딜레마] 보유세 인상 꺼내든 정부…지선 앞둔 與 선긋기에 '고심'

  • 세제 개편 논의 내년 선거 이후로 밀릴 수도

  • '인상' 메시지에 일부 지역서 '증여' 움직임 포착

10월 19일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세금 관련 게시물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세금 관련 게시물이 나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완화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를 띄웠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당에서 신중론을 제기하며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모양새다. 여당 내부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건 위험하다’는 기류가 강해 개편 논의가 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의 ‘주택시장안정화 TF’ 출범을 하루 앞둔 21일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보유세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현재 별도의 입장도 없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세제 개편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앞서 구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매물이 적다”며 “보유 부담이 커지면 집을 팔게 되고, 시장에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추는 방향의 부동산 세제 개편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어 “미국처럼 재산세를 매긴다면 50억원짜리 주택은 1년에 5000만원씩 보유세를 내야 한다”며 “연봉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간다면 버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가능성도 암시했다.

이 발언이 시장에서 곧바로 ‘보유세 인상론’으로 번지자 기재부는 서둘러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은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해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구 부총리의 발언은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한 예시일 뿐이며 구체적 인상안을 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제 개편을 둘러싼 혼선은 커지고 있다. 구 부총리는 앞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연구용역과 관계 부처 TF 논의를 통해 보유세·거래세 조정과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개편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는 국정감사 중이라 연구용역이 시작돼도 11월에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연구용역에는 최소 몇 개월이 걸리므로 내년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실수요자의 세 부담 증가와 조세 저항을 고려해 정부는 그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장에서는 세제 신호 하나에도 매수·매도 심리가 요동치는 만큼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구 부총리의 발언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보유세 인상 전에 미리 증여하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 부동산 세제 전문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 논의가 정쟁화하면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시장 신뢰를 지키려면 정부가 조세정책의 일관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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