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금융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호금융과 카드·캐피털업계는 경기 둔화와 대손비용 증가로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저축은행만이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선제적으로 정리한 덕분에 단기적인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PF정상화펀드를 통한 지표 개선이 '자산 이전'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은 올해 상반기 25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 3958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아직 결산되지 않은 3분기 실적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상호금융권(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은 911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들의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9억원(18.3%) 감소했다. 소비 둔화와 연체율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캐피털업계는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높은 조달비용과 PF 부진 여파로 수익성 정체가 이어졌다.
비슷한 사업환경을 가진 2금융권 내에서 저축은행이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저효과와 대손충당금 감소가 있다. 지난해 PF 부실을 대거 반영하며 기저가 낮아진 데다, 올해 들어 충당금 부담이 줄면서 순이익이 반등했다.
다만 PF정상화펀드의 한계도 분명하다. PF 대출을 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금액의 대부분(약 91%)을 다시 펀드에 재출자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100억원 PF 대출을 팔면 91억원을 다시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후순위 수익증권(2종) 비중이 38%에 달해 리스크가 업권 내에 여전히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건전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실질적으로는 리스크가 이전된 것에 가깝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실적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금융 전문가는 "PF정상화펀드는 부실 확산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보긴 어렵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 없이는 펀드 회수율이 낮아지고 만기 도래 시 손실이 재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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