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노벨경제학상이 中 4중전회에 던진 메시지

  • 노벨경제학 수상자 JPP 이론 '혁신' 초점

  • 中 경제키워드…신질생산력·네이쥐안

  • 전문가 "中경제 이론적 나침반 제공"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사진스웨덴 왕립과학원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사진=스웨덴 왕립과학원]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경제성장을 연구한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 3명(이하 JPP)에게 돌아갔다.

JPP는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후예로 분류된다.‘창조적 파괴’라 불리는 기업가 혁신을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이라고 주장한 슘페터의 사상을 현대식으로 확장해 “혁신은 사회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특히 창조적 파괴는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중국과 인연도 눈길을 끈다. 특히 아기옹은 1990년대부터 중국 경제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했다. 중국 학자들과 공동 집필한 논문 '산업정책과 경쟁'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을 유지·촉진하는 산업 정책이 생산성 증가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입증했다. 이 논문으로 2017년 중국 경제학계 최고 영예인 쑨예팡 경제과학상도 수상했다.

그는 10여 년 전 이미 중국이 혁신적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선 △경쟁과 창조적 파괴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 △역동적인 노동시장 시스템 △벤처캐피털·사모펀드·주식시장 의존도가 높은 금융시스템이라는 네 가지 기둥이 필요하다고도 권고했다.

중국 내에서는 올해 유난히 노벨경제학상과 연관 지어 중국 경제를 분석한 기사가 쏟아진다. 최근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과학기술 혁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서다.

눈에 띄는 두 가지 분석이 있다. 하나는 JPP 이론을 중국 경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신질생산력(新質生產力)과 연결시킨 것이다. 신질생산력은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으로, 전통적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고품질 성장 요구에 맞는 첨단과학 혁신 기술로 선진 생산력을 적극 키워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궁류탕 베이징대 공상대학 교수는 "노벨경제학 수상자 이론을 중국 경제의 발전 단계와 결합한다면 중국이 신질생산력을 발전시켜 고품질 성장을 달성하는 데 깊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질생산력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과학을 중시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탐구를 장려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함께 기초연구와 첨단 과학기술 투자를 늘리고 개방·협력·혁신적인 과학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JPP 이론이 중국 내 심각한 경제사회 문제로 떠오른 네이쥐안(內卷·소모적 출혈경쟁)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톈쉬안 칭화대 교수는 ‘혁신과 경쟁이 역U자형 관계에 있다’는 아기옹의 이론이 네이쥐안을 해결하는 데 이론적 나침반을 제공한다고 봤다. 경쟁이 너무 약하면 혁신의 유인이 부족하고, 경쟁이 너무 강하면 반대로 수익성 저하로 연구개발이 위축되는 만큼 정부가 보조금·경쟁정책·특허 등을 통해 혁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집중 논의한 15차5개년 계획에서도 혁신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폭발적 혁신이 일어남과 동시에 미·중 패권전쟁으로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혁신에 기반한 미래 중장기 경제계획을 짜야 하는 중국 지도부도 JPP 이론을 참고로 삼았을지 모른다.

모키어는 노벨상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중국처럼 성장과 혁신을 지지하는 정부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중국의 혁신 기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어떤 정부는 (성장과 혁신에) 더 회의적인 것처럼 보인다”고도 일침을 가했다. ‘어떤 정부’가 어디인지는 밝히진 않았지만 “경제성장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며 창조적 파괴의 메커니즘을 지켜내지 못하면 다시 정체할 수 있다”는 존 해슬러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장 발언을 새겨들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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