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피해자 소송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하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60·사법연수원 33기)가 피해자 유족에게 6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3부(재판장 박평균)는 23일 학교폭력 피해자 고(故) 박모양 어머니 이기철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으로 이씨에게 6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이 인정한 위자료 5000만원보다 1500만원 늘었다.
또 재판부는 법무법인이 단독으로 22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권 변호사는 2016년 박양을 괴롭힌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이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대리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022년 항소심 재판에는 세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아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상 원고가 3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거나 변론을 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이후 5개월 동안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씨는 이를 몰라 상고하지 못했다. 항소심 판결은 2022년 확정됐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권 변호사는 2023년 6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씨는 “사건을 방치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2억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항소심 기일을 인지하고도 재차 불출석한 점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이라며 위자료 5000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이번 항소심은 배상액을 늘리면서도 “변호사의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판결 선고 후 “법복을 입은 사람들이 국민의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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