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정치가 언론을 겁박해서는 안 된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국회 국정감사장은 행정부의 잘못을 따지고, 정책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헌정의 최고 감시무대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일어난 한 장면은 국감의 품격은 커녕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서울시가 언론사에 압력을 가해 한강버스 관련 기사를 내리게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국감의 본질은 행정부의 책임을 묻는 데 있다. 하지만 권 의원의 발언은 행정이 아닌 언론의 편집 행위, 즉 언론 내부의 자율 결정 문제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명백히 선을 넘은 행위다. 기사 게재 여부는 어디까지나 언론의 권한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편집권의 영역이다. 국회의원이 근거 없이 "서울시가 언론에 전화를 했다"느니 "기사가 내려갔다"느니 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을 모욕하는 처사다.
 그것도 국감이라는 공적 회의장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압력 의혹"을 운운한 것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정치적 공격이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사안을 가지고 특정 언론을 압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정치적 재갈 효과(chilling effect)'를 낳는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낄 공포는 단순히 발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기사 하나가 내려갔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에게 불려나오는 언론이라면, 그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이미 위축된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공익을 위한 발언일 때만 보호받는다. 면책특권은 언론을 공격하거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권리가 아니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자유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발언보다 우위에 있다. 권 의원의 이번 발언은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고, 나아가 국회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이 불편한 보도를 통제하려는 의도처럼 비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권력의 남용이다.
 언론은 권력을 비판해야 할 존재이지, 권력에 의해 심문받을 존재가 아니다. 국정감사를 언론에 대한 압박의 무대로 전락시킨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역주행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비판받을 자유와 실수할 자유, 그리고 고쳐 쓸 자유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 정치가 그 자유를 겁박하기 시작하면, 언론은 스스로 검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마치 전두환의 서슬 퍼렇던 악력이 되살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섬뜩하다.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과거 군사정권의 냄새를 맡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세력이, 이제는 언론을 억누르는 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두환보다 더하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게 될까 두렵다.
 정치권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언론도 비판받을 수 있지만, 정치적 협박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민주주의는 비판의 자유 위에 서 있고, 언론은 그 자유의 최후 보루다. 권 의원의 이번 발언은 그 보루를 향한 위험한 균열이었다. 서울시든 중앙정부든, 언론의 편집권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성역이다. 정치가 그 선을 넘어서는 순간, 시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함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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