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
이제는 전직(前職)이 된 이상경 전 국토부 차관의 아내는, 작년 7월 이번 부동산 대책의 규제 대상지인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전용면적 117㎡ 아파트를 33억 5,000만 원에 구입했다. 이 전 차관의 아내는 잔금일 이전인 10월 5일에 2년 전세 계약을 14억 8,000만 원에 맺고 갭 투자 방식으로 집을 산 것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실장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에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부임하기 직전인 지난 2000년, 부부 공동명의로 강남의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약 4억 원대에 구입한 뒤, 실거주하지 않았다. 지금은 금지된 ‘재건축 입주권’을 사들인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2018년까지 대출을 끼고 최대 4채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권고에 따라 이 중 3채를 매각했다고 한다. 매각 대금만 45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2013년 그의 아내가 약 9억 원에 경매로 낙찰받은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 한 채만 남겼는데, 이 아파트는 개포 대장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그런데 구 부총리는 재건축되기 전 해당 아파트에 단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013년 주제네바 대표부 재경관으로 부임하기 직전, 재건축을 앞두고 있던 서울 개포동 아파트를 8억 5,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한다. 구입 당시 전세를 끼고 3억 5,000만 원대출을 받았다는데, 당시 이 위원장은 해당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았다가 최근 재건축이 완료돼 실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고위직들의 아파트는 현재 시세로 볼 때 40억 원을 모두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불법을 저질렀거나, 투기를 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내 집 장만 방식’ 혹은 ‘제신 증식 방법’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내로남불이고, 다른 하나는 위선, 그리고 공감 능력의 부재다.
먼저 내로남불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보면, 이들 고위직들이 부동산을 구입한 ‘방식’ 모두를 이제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갭 투자와 대출을 통해 자신이 당장 살 집도 아닌 주택을 구입했지만, 국민들에게 이런 식으로 집을 살 꿈도 꾸지 말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했을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이런 식이니 국민들은 현 정권을 곱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현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과거 진보 정권 시절,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아파트 가격이 ‘경이로운’ 수준으로 상승했고, 그래서 결국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 정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 온갖 방식을 동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급박하더라도, 국민들이 ‘내로남불’ 식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강행하는 것은 곤란하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이라는 것은 공정의 문제와 직결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을 돌이켜 볼 때, 문재인 정권의 몰락 원인 중 하나가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불공정’에 관한 문제였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런 불공정 인식은 부동산 문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부처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증식 과정을 보는 국민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영악’해야 그런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탄식까지 나온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추가로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바로 ‘대출’ 관련 문제다.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주택을 살 때 대출을 이용한다. 구윤철 경제 부총리가 보유세를 언급하며 미국을 언급했는데, 그 미국도 대출 없이 주택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대출을 거의 막고 있으니, 젊은이들은 주택 구입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15억 이하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에는 대출을 6억까지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국가가 젊은이들에게 매입할 주택의 종류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도 선택권의 제약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이른바 HENRY(High Earning, Not Rich Yet) 즉, 상대적으로 소득은 높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난한 계층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생활은 불안하고 정서적으로는 불만이 많은 젊은이들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HENRY가 양산될 경우,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른바 ‘한탕주의’가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정치에서 공감은 필수적인 요소다. 이론적으로 정치는 이성에 입각한 과정이어야 하지만, 국민과의 공감은 이성적 과정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공감 능력이 박약한 이들이 정책을 수립·추진한다면, 이런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제발 좀 공감도 하고 자신들을 돌아봤으면 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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