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해외 무대에서 '현실주의 외교'의 시험대에 오른다. 다카이치 총리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국제무대 데뷔를 치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말레이시아 출국 전 하네다공항에서 "ASEAN은 인도양과 태평양의 결절점이다. 신뢰 관계를 깊게 하고 큰 성과를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첫 해외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필리핀과 호주, 말레이시아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진행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순방을 통해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잇는 외교 방향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자주 사용했던 문구인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피는 일본 외교를 추진하겠다"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역사·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을 빚어온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도 '현실 노선'을 택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유보하는 등 외교적 긴장을 최소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도 이전에 "기어오른다"며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과는 달리 취임 이후에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은 지금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기고문에서 "중국 지도자들과도 확실하고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다"며 중국 측과도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갖는 첫 미·일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외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국은 최근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관세를 15%로 제한하고,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90조원)를 미국에 투자해 반도체·조선·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협정의 세부 조항은 확정되지 않았고 일본이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관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방위비 증액과 대중(對中) 대응, 관세 협상 이행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은 일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으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중 정책 공조를 강화하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기간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미 해군 기지 시찰, 재계 관계자 회동 등의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국익을 해치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합의 내용을 재검토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였던 아베 총리의 후광을 내세워 회담을 풀어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정치학 명예교수이자 일본 전문가는 "우리는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역량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면서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이 아베 전 총리와 같은 정책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안심시킬 것"이라고 닛케이 아시아에 말했다.
다만 현재 세계 정세는 그때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분단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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