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이 미래 인공지능(AI) 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개방과 협력’을 꼽았다. 오픈소스와 데이터 공유, 인재 교류를 통한 국제적 협력이 AI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AI 프론티어 국제 심포지엄 2025’를 열고, 최신 AI 연구 성과와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AI 석학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AI는 더 이상 한 국가의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업으로 발전해야 할 분야”라며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메타 수석 AI 과학자이자 딥러닝의 거장인 얀 르쿤(Yann LeCun) 교수는 “AI 발전의 핵심은 폐쇄가 아니라 개방에 있다”며 “오픈소스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서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AI가 세계 공통 자원이 되어야만 진정한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르쿤 교수는 “현재 오픈소스 AI 모델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나오고 있고, 미국 기업들은 기술을 숨기고 있다”며 “AI 플랫폼, 적어도 기초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돼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AI 비서가 대중화되는 시대에 AI 기술이 미국과 중국에만 종속되면 세계 질서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소버린 AI’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AI의 새로운 발전 축으로 월드 모델인 ‘JEPA’를 제시했다. 르쿤 교수는 “현재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단순한 통계적 학습에 머물러 있으며, 5년 후면 ‘고물’이 될 것”이라며 “진정한 인간 수준의 지능을 원한다면 LLM 방식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단순히 텍스트를 재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물리 세계를 스스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쿤 교수는 “4살 아이는 생후 9개월 만에 물리 세계를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AI는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AI의 학습은 실제 세계의 근본적 구조를 추론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안한 ‘JEPA’는 AI가 데이터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숨은 의미를 해석‧추상화‧예측하도록 하는 학습 방법으로, “AI가 세상의 본질적 특징을 잠재 공간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르쿤 교수는 국방 분야에서의 AI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AI가 드론 등 군사 영역에 사용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국제 협력을 통해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AI 정책에 대해 그는 “AI 과학자가 부총리로 임명된 것은 매우 인상적이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한국 정부가 AI를 얼마나 깊이 있게 고려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을 통해 한국과의 오픈소스 협력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GPU 확보에만 집중하기보다 학계와 스타트업의 창의적 연구에 투자해야 혁신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김기응 뉴욕대학교 교수는 “기업과 학계가 코드와 데이터셋을 공유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가 신뢰의 기반이 된다”며 “오픈소스 생태계는 학계와 산업계를 잇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예진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AI 경쟁의 세 축은 GPU, 인재, 그리고 문화”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기술력뿐 아니라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재를 함께 키우고 교류하는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더 큰 혁신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조경현 뉴욕대학교 교수는 “AI는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전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신뢰와 책임성을 기반으로 한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거버넌스는 기술보다 사람의 문제이며,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사업은 과기정통부가 오는 2028년까지 5년간 450억 원을 투입하고, 뉴욕대가 3150만 달러(약 421억 원)의 인프라를 지원해 운영한다.
이날 영상으로 참석한 또 다른 ‘AI 3대 천왕’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와 제프리 힌튼 교수도 AI 윤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벤지오 교수는 “자율 에이전트는 5~10년 내 대부분의 인지 과제에서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며 “AI 모델의 안전성과 통제에 인류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AI 칩 분야의 선도국으로, AI 미래를 개척할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힌튼 교수 또한 “10년 후 오늘의 AI는 원시적으로 보일 만큼 발전 속도가 빠를 것이지만, 속도전만을 위해 윤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AI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오면 윤리 문제는 훨씬 복잡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년 내 다가올 초지능 AI 시대에 인간과 공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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