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의 엔화 약세(엔저) 현상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사실상 일본은행(BOJ)에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저금리 정책을 ‘불공정 무역’의 원인으로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후 처음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지난 27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에게 “건전한 통화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노믹스 도입 후 12년이 지나 상황은 크게 변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도입된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엔화 강세 탈피를 목표로 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었다. 당시에는 경기부양이 절실했지만,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금리-엔저 유지’ 정책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미국 측 인식이다.
미국 측의 견제에는 정치적 배경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저금리를 유지하며 수출기업에 유리한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제조업 부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일본 자동차·전자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는 환율 흐름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닛케이는 “트럼프 정권은 엔저를 ‘수출 보조금’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이 양국 무역마찰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 직후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한 도쿄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금리 정상화 압력은 사실상 공공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29~30일 양일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현행 정책금리는 ‘0.5%’로, 올해 1월 인상 이후 5회 연속 동결된 상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다.
그러나 시장의 전망은 이번에도 동결 쪽으로 기울었다. 닛케이가 금융정책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10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응답했다. 내년 1월 인상 전망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12월이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의 압박과 국내 사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시간 벌기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성장을 위한 정책 여지를 지키겠다”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새 내각과의 조율을 마치기 전까지는 현행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