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퍼스트 라이드' 좌충우돌 코미디, 느슨한 균형감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퍼스트 라이드 사진쇼박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사진=쇼박스]

소꿉친구는 묘한 존재다. 나이를 먹더라도 그 앞에 서면 늘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한없이 철없고, 아무 이유 없이 웃던 시절의 기억이 불쑥 고개를 든다. 철없이 흘려보낸 시간은 어느새 추억이 되고, 웃음은 조금 어른스러워진 쓸쓸함을 품게 된다. 남대중 감독의 '퍼스트 라이드'는 그때의 웃음을 다시 꺼내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이를 먹어도 친구들 앞에서는 여전히 철없어지고, 한번쯤은 다시 떠나보고 싶은 그 시절의 '처음'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태정(강하늘 분), 해맑기만 한 도진(김영광 분), 잘생긴 얼굴로 만인의 웃음을 사는 연민(차은우 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짜 금복(강영석 분)은 어린 시절부터 한몸처럼 붙어 다닌 24년 지기 사총사다. 네 사람의 오랜 꿈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하지만 각자의 현실에 치여 살아가던 이들은 어느 날 문득 미뤄둔 약속을 떠올리고, 청춘의 잔여를 확인하듯 생애 첫 해외여행을 결심한다. 여기에 계획에 없던 옥심(한선화 분)까지 합류하면서 여행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남대중 감독의 신작 '퍼스트 라이드'는 익숙한 리듬 위에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영화 '30일'로 한국 코미디의 호흡을 되살린 그는 이번에도 타이밍과 대사의 리듬감을 통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그 리듬이 일정하지는 않다. 인물들이 그려내는 첫 해외여행의 풍경은 때로 경쾌하게 때로는 템포를 놓치고 만다. 장면마다 웃음의 결은 살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느슨하고 서사의 한 축으로 응집되지 못한 채 흩어지는 인상이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사진쇼박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사진=쇼박스]

'여행'이 가진 의미와 흐름도 그렇다. 30대가 된 청춘들이 과거의 기억을 되짚고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붙잡으려는 여정은 흥미로우나 감정의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개성은 뚜렷하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않고 서사의 완성도보다는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한 순간들이 많다.

특히 여성 캐릭터 옥심의 존재는 영화의 한계를 드러낸다. 다섯명의 우정을 잇는 균형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남성 서사 안에서 한정된 욕망만을 허락받는다. 태정을 향한 감정이 솔직하더라도 그 솔직함이 곧 '주체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욕망의 서사가 여전히 남자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이야기다. 남대중식 코미디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리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가진 코미디의 리듬감과 따뜻한 온기는 유효하다. 표면적으로는 좌충우돌 여행 코미디지만 그 안에는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감독은 "이 작품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하다"며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는 청춘의 끝자락에 선 인물들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잃어버린 '처음'을 다시 회복해가는 과정이 따스하다. 소꿉친구들과의 여행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현재의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작용된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사진쇼박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사진=쇼박스]

배우들의 개인기가 작품의 리듬을 지탱하는 만큼 각자의 매력은 분명하다. 강하늘의 안정된 호흡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김영광은 특유의 순박한 코믹 톤으로 리듬의 여백을 채운다. 차은우는 '잘생김'을 유머의 장치로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강영석은 예측 불가한 에너지로 극의 균형을 잡는다. 한선화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예측 불가한 웃음을 완성해냈다.

결국 '퍼스트 라이드'는 코미디의 리듬으로 달리다가도, 어른이 된 청춘들이 다시 웃음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는 '온도의 영화'로 귀결된다. 가벼운 웃음 뒤에는 세월의 결이 남는다. 남 감독이 말한 "남겨진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는 바로 그 여운 속에 머문다. 29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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