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신탁 미달취득 빈번…규정은 엄격한데 제재는 '솜방망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사 공시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자사주 신탁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재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까지 집행률은 96%에 그쳤다.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잔여 금액에 대한 추가 매입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A씨는 불성실공시 지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공시담당자 B씨는 신탁해지결과보고서 제출 시 적용되는 '취득예정금액 미달 시 사유서 및 소명자료 첨부' 규정과 관련해 실무적 혼선이 있다고 전했다. 최초 공시한 취득예정주식수는 충족했지만, 주가 변동으로 취득예정금액이 기준에 미달할 수 있어 이 경우에도 동일한 의무가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신탁계약에서 계획된 취득 금액과 실제 매입 금액 간 차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나, 규정은 엄격함에도 현장에서는 제재가 제한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은 기업이 특정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일정 금액을 맡기면, 증권사가 정해진 기간 동안 시장에서 자사주를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다. 증권사가 장기간에 걸쳐 주식을 나눠서 사들이기 때문에 급격한 주가 변동을 완화하고,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 28일까지 공시된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결과보고서'는 총 212건에 달했다. 이 중 대부분은 신탁운용보수 명목으로 취득예정 금액 대비 약 99% 수준을 매입했으나, 16건에서는 현저하게 미달했다. 일례로 AJ네트웍스는 신탁계약 취득예정 금액 70억원 중 약 21억원(29.78%)만 매입했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시장 상황과 유동성 변화 등 불가피한 사유를 미달 이유로 밝혔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로 정한 체결금액에 미달해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신탁계약에 따른 취득신고 주식수량 이상을 취득한 경우는 제외)에는 미달 사유서와 소명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해당 계약기간 종료 후 1개월 동안은 신규 신탁계약 체결이 제한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한 뒤에는 실제로 주문을 얼마큼 냈는지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며 "취득하겠다고 했던 금액이나 주문 수량이 크게 미달되면 불성실 공시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재 실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131개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관련 사례는 3건(서울도시가스, 태광산업, 경인양행)에 불과했고, 이 중 미달취득이 직접 원인이 된 사례는 없었다. IR업계 관계자는 "자기주식 신탁계약 미달 취득 시 이사회 결의 제한과 사유서·소명자료 제출 등 절차를 반드시 준비해야 하지만, 실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제재금 부과 등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시장에 중요한 신호로 작용하는 만큼 계획 변경 시 충분한 설명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은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수단이다"라며 "계획 대비 부진한 집행이 반복될 경우 투자자 신뢰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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