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3주기] "딸이 화물번호로 돌아왔다" 노르웨이 유가족 울먹

  • 유족 "한국 정부 참사 진상 두고 긴 침묵"

  • 공식 초청된 외국인 유가족 46명 등 850여명 참석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에서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로아크밤 에벤센 씨의 아버지인 에릭 에벤센 씨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에서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로아크밤 에벤센 씨의 아버지인 에릭 에벤센 씨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 딸이 화물번호가 찍힌 소포로 돌아왔을 때 그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참혹했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노르웨이 희생자 고(故) 스티네 에벤센의 부모 수잔나·에릭 에벤센 씨는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수잔나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밤중에 딸 스티네가 우리를 영원히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충격 속에 완전히 마비됐다. ‘과연 우리가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스티네는 한국에서 화물번호와 함께 돌아왔는데, 화물번호가 찍힌 채 하나의 소포로 돌아온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고 말했다.

울컥한 듯 목을 가다듬던 그는 “딸이 돌아오는 길이 외롭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플라이트레이더(비행 경로 추적 사이트)에 접속해 인천에서 비엔나, 오슬로를 거쳐 집까지 오는 모든 길을 바라봤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스티네 씨의 아버지 에릭 씨는 “딸 스티네가 집으로 돌아온 뒤 한국으로부터 긴 침묵이 이어졌다”며 “오스트리아에 살았던 또 다른 희생자 고(故) 김인홍 씨의 누나 마리 씨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부모님들이 1년 내내 싸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같은 슬픔 속에서도 우리를 위로하고 돌보려 애썼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스티네와 그녀의 친구들, 그리고 세상을 넘어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억식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서울시,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정부와 유가족이 공동으로 공식 추모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억식에는 주최 측 추산 85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 공식 초청으로 방한 중인 외국인 유가족 46명을 포함해 국내외 유가족 300여 명이 기억식에 자리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재킷이나 목도리를 두른 채 추모 분위기를 함께했다.

정부 대표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APEC 행사 일정으로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으로 추모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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