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000억 달러 투자…국책은행 자금조달 어떻게

  • 외화 채권 발행·외화 예금 활용할 듯

  • 은행별 분담액 따라 이자비용 부담 달라져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국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산업은행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국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산업은행]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한·미 투자금 조달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정부보증채 성격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조 단위가 넘는 이자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책은행의 분담 규모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미가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총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외화 조달은 국책은행이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조달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우리 외화 자산의 운용 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라며 "이자, 배당 등 운용 수익이 적지 않아서 상당히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만약 그중 일부를 기채(채권 발행)하면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할 듯하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은 외화 채권 발행이나 외화 예금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이 적어 예금보다 채권 발행을 택할 공산이 크다. 국책은행의 채권은 사실상 정부보증채 성격을 띤다. 정부가 출자한 기관인 만큼 유사시 정부가 자본을 지원해줄 것이라는 시장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국책은행의 글로벌 신뢰도는 높은 편이어서 자금 마련에 유리할 수 있다. 국책은행의 국제 신용도는 한국 국가신용도와 동일한 AA-다. 이 때문에 한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채권 금리에 반영되는 신용스프레드는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서는 수익은 작겠지만 그만큼 위험이 없는 자산으로 평가돼 해외 기관들이 몰리고 있다. 

관건은 분담액이다. 정부가 국책은행으로만 한정할지 시중은행으로 넓힐지에 따라 은행별 부담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조달이 본격화하면 이자비용과 건전성 관리 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0억 달러에 금리가 3%라고 가정하면 이자비용이 연간 6억 달러(약 8000억원) 발생한다. 4%면 8억 달러(약 1조800억원)다. 분담액이 많을수록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도 대비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프레드가 과거에 비해 타이트해진 데다 내년 금리가 요동칠 수 있어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 해외 투자처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신뢰를 얻기 위한 작업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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