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반도체 관세폭탄 피했다...메모리 '슈퍼사이클' 순항 예고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미 투자 대폭 강화

  • 미국 빅테크에 공급할 HBM4 출하도 예상보다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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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무역 관세 협상에서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덩달아 한숨 돌리게 됐다. 트럼프발 '반도체 품목 100% 관세' 악재를 가까스로 피하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향후 글로벌 메모리 사업에도 투자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에 애초 투자액 370억 달러(약 52조원)보다 훨씬 많은 500억 달러(약 69조원)까지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글로벌 투자 확대를 공식화했다.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미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에 기존 38억7000만 달러(약 5조원)보다 많은 시설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SK하이닉스는 3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따라 2026년 설비투자는 올해에 비해 상당한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북미 매출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68조2700억원이었던 미주 지역 매출은 지난해 84조67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59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만 24조7400억원을 벌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북미 매출 27조3000억원과 비슷한 규모에 해당한다.
 
관세 불확실성이 걷히자 미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할 6세대 HBM(HBM4) 출하 속도도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기존보다 사양이 더 높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 기준에 맞춰 HBM4 샘플을 모든 고객사에 출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가 올해 말 출하를 시작해 내년 본격 판매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추가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관세 협정 타결로 한·미 간 경제산업 협력이 더 강화되면서 삼성전자의 테슬라 수주와 같은 추가 대형 프로젝트 계약에도 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반도체 품목을 놓고 구체적인 관세율을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반도체 관세에 대해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대만 역시 아직 미국과 반도체 관세를 확정 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관세 상한선이 나오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대만'을 기준으로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이전과 같은 '관세 폭탄' 수준의 관세율은 적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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