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에도 마지막 기회는 주어집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개선기간을 부여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바로잡고 경영 정상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입니다.
지난달 31일 거래소는 에스엘에스바이오에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회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핵심 사업인 의약품 품질검사기관 재인증을 받지 못하면서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죠.
거래소가 검토 끝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면 이 소식을 통보받은 기업이 15일 이내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경영개선계획서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상장폐지할지, 개선기간을 줄지 결정합니다.
이처럼 개선기간이 주어지면 기업의 개선계획서도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 신규 자금 확보 등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을 담은 문서입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 개선계획서를 투자자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그동안은 거래소와 기업 간 비공개로 진행돼 투자자들이 내용을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이나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투자자들도 열람할 수 있습니다.
KIND를 기준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KIND에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관련 주요 개선계획'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해당 공시에 포함된 기타공시첨부서류 항목에서 기업들이 제출한 개선계획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에스엘에스바이오 사례를 함께 보겠습니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3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영업 지속성을 위해 신약개발지원사업, 식품·화장품 분석 등 사업 다각화로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어요. 또 미수 매출 채권 회수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에 보호예수 2년 연장하겠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또 지난달 17일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현대사료의 개선계획서를 한 번 봐볼게요. 현대사료는 지난달 20일 개선계획을 공시했는데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하고 있고, 정상화 능력을 보유한 최대주주를 탐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사료는 앞서 지난 8월 경영권을 공개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업들은 개선기간 동안 어떤 노력을 할까요. 이처럼 대부분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내부통제 강화나 신규 투자 유치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진행합니다. 거래소는 이 기간 동안 기업의 개선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기간 종료 후 다시 심사를 거쳐 상장 유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만 개선기간이 곧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개선계획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했는지가 중요해요. 최근 몇 년간 사례를 보면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뒤에도 청호ICT, 이큐셀 등 상장폐지로 이어진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거래소는 형식적 조치가 아닌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졌는지를 꼼꼼히 살핍니다.
상장폐지 심사는 투자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신호입니다. 개선계획서가 공개된 만큼, 내가 투자한 기업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마지막 숙제' 속에는 그 회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혹은 단순히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인지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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