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법관 평가와 리뷰의 힘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수리를 맡기면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나요?’라는 문자가 온다. 식당을 다녀오면 리뷰 요청이 따라오고, 택시를 내리면 별점 평가를 한다. 이제는 대학에서 학생이 교수를 강의평가하고, 회사에서는 직원이 상사를 근무평가한다. 현대사회의 투명성은 평가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유독 이 리뷰가 닿지 않는 영역이 있다. 법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관 평가제도 개선안’은 법관 인사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판사의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자는 구상이지만 대법원은 “판결 내용이 평가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며 즉각 반대했다. 전국법원장회의 역시 “사법권 독립의 핵심은 인사제도”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의 내부 평가 제도는 사법 신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5년 새 법관 징계 건수는 두 배로 늘었지만 대부분 ‘품위손상’ 수준에 그쳤다. 국감 때마다 징계 은폐와 폐쇄적 평정 구조에 대한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법원 신뢰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매년 하락세다.

법관에 대한 평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변협은 매년 법관의 공정성, 품위·친절성, 신속·적정성, 직무능력 등을 자체 평가해 우수 법관과 하위 법관을 선정하지만 그 결과는 인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위권 판사들이 불이익 없이 보직을 유지하는 현실도 계속된다.

A부장판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변협 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다. 법정 내에서의 고압적인 언행과 부적절한 발언, 그리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시한 재판 진행에 대한 지적이 다수 포함됐다. 여성 피고인에게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고 말하거나 피고인에게 반말로 “유죄 맞는데 왜 우겨?”라고 모욕을 줬다는 답변도 있었다.

급기야 동료 판사들과 대낮부터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 업주와 다툼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 법원 감사위는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했지만 ‘경고’ 조치로 마무리했다. 함께 낮술을 마신 판사는 최근 변호사와 주고받은 낯 뜨거운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되며 곤혹을 치렀다. 이들은 지금도 재판정에 서 있다.

이는 개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법부의 자기평가 구조가 외부 검증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2017년 서울동부지법 성범죄 전담 판사는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법원은 벌금 300만원, 대법원은 감봉 4개월로 끝냈다. 같은 혐의로 2012년 일본 오사카지법 판사는 파면됐다. 당시 일본 사법부는 “사법 전체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질타했다.

유럽평의회 산하 사법효율위원회(CEPEJ)는 판사 평가 항목으로 절차 운영, 전문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피고인·당사자 만족도를 명시한다. 사법의 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느낀 신뢰로 측정돼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법원장 중심의 내부평정을 유지하되 ‘평정회의’와 절차 공개로 객관성을 높였고, 일부 미국 주에서는 변호사와 시민이 참여하는 평가위가 법정 태도와 절차 공정성을 공개한다.

법원행정처는 이미 법관인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이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발언권은 형식적 수준에 머문다. 외부 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판결을 재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절차의 공정성과 당사자 간 소통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변협·학계·시민단체 등이 비정치적 방법으로 참여해 외부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내부평정과 교차 검증해 평가 결과의 질을 담보해야 한다.

그렇게 판관 윤리와 재판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사법부의 신뢰 회복도 머나먼 일은 아니다. 별점 문화가 시장의 신뢰를 바꿔놓았 듯 법관 평가 역시 사법의 신뢰를 세울 수 있다. 리뷰의 힘은 비난이 아니라 투명성과 당사자성에서 온다. 법관 평가의 힘은 판사를 흔드는 게 아니라 법정의 신뢰를 세우는 힘이다.
 
박용준 사회팀장
박용준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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