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토기, 기와 조각 등 잠자고 있던 유물들에서 꽃이 피어났다.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듯, 전통이 현대를 품고, 다시 현대가 전통으로 자리잡는 순환의 흐름을 가을 덕수궁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과 (사)한국문화유산협회는 이달 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비귀속 유물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땅의 조각 피어나다’를 개최한다.
비귀속 유물이란 역사적 혹은 학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유물들을 일컫는다. 오랜 기간 땅 속에 묻혀 있다가 세상으로 나왔지만, 조각나는 등 완성도가 낮아 박물관으로 가지 못한 것들이다. 이러한 유물들은 폐터널 등을 보수해 만든 예담고에 보관된다.
국가유산청은 국민들이 비귀속 유물들을 향유하고, 유물의 업사이클링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김유정, 레오킴, 최성우 등 8인의 작가들은 토기, 청자, 기와 등 162점에 달하는 비귀속 유물들을 씨앗으로 삼아 각자의 재료와 기술로 재해석해 '살아 있는 현재의 문화'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이번 전시는 유물의 '라이프 사이클'을 재조명했다.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최성우 보유자는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유물이 다시 세상과 만나며 연꽃을 통해 오늘날의 가치로 새롭게 피어나는 찰나를 표현했다.
화예가(플로리스트) 레오킴과 문화유산과 사진예술의 접점을 탐구해온 김유정(국립경주문화연구소)은 깨진 기와들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기와가 품고 있던 시간의 흔적을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드러냈다. 레오킴은 “추수가 끝난 벼에서 다시 싹이 나오는 모습을 통해 끝났지만 다시 시작하고, 또 끝나고 시작하는 현대와 전통의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섬유공예가 김은하는 바닷속에서 출토된 연판문 청자 조각 위에 섬유로 만든 연꽃을 결합해 과거의 물질에 현재의 생명성을 불어 넣었다.
유리공예가 이규비는 석기와 유리를 결합해 빛과 암흑 속 씨앗의 생명력을 형상화한 유리공예 작품들을, 불교미술과 전통회화의 복원과 창작을 병행하는 김호준·최지원(한국전통문화대학교)은 4개 권역 예담고의 기와, 토기, 석기, 청자의 결손 부위를 석고로 복원하고 복원 부위에 전통회화 작업으로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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